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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책 주도권 다툼 되풀이

서정은 기자  2003.06.11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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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방송영상산업진흥계획 독자 발표

방송위 “고유 직무 침해…정책 혼선 우려”





방송정책권을 둘러싼 문화부와 방송위원회의 혼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방송·통신 정책을 일원화하고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논의는 대통령 공약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없어 언론계의 우려와 비판을 사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4일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독자적으로 발표하고 △방송프로덕션사 자생기반 마련 △방송영상 공동활용 인프라 구축 △방송영상 전문인력 양성체제 구축 △디지털방송환경에 부응하는 법제도 정비 등 7대 핵심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화부는 “5개년 계획이 실효성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향후 정통부 또는 방송위와 긴밀히 협조하고 상호 공동협력사업을 적극 개발·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송위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을 중심으로 한 영상산업진흥정책은 방송의 주무기관인 방송위가 주관해 정책을 입안·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외주제작정책, 지상파 외주제작전문채널 설립, DMB 설립 등도 방송법상 방송위의 고유직무로서 문화부가 소관 업무에 해당하는 것처럼 정책으로 발표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그러나 “법 정신에 맞고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문화부와 충분히 협조해 나가겠다”며 제반 문제를 발전적으로 논의할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노성대 방송위원장도 “방송영상정책 수립을 문화부 장관과 합의하도록 규정한 방송법 27조와 문화부 장관이 방송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방송법 92조는 법적 모순이고 방송정책 일원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방송위가 방송정책의 주무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내놓은 5개년 계획 중 일부는 방송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어 중복 투자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부는 2005년까지 디지털 제작 집적시설인 ‘디지털 매직스페이스’를 건립하겠다고 밝혔으나 방송위도 이미 같은 개념의 ‘미디어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문화부 계획도 방송위가 올해 100억원을투자해 영상투자조합을 만들겠다는 사업 내용과 중복된다. 문화부와 방송위 측은 영상투자조합은 저변 확대 차원에서 많을수록 좋고, 디지털 제작시설도 문화부는 프로그램제작사를, 방송위는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해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 부처간 긴밀한 논의와 협조 없이 따로따로 추진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방송정책 관련 부처에서 제각각 정책을 양산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동안 정작 중요한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방송정책 총괄기구로 존재하고 있는 방송위를 두고 정통부와 문화부가 부처 이기주의 차원에서 영역싸움 하듯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정부는 부처간 방송정책 혼선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속히 방송통신 관련 구조개편 및 방송통신위 설립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