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연예인의 인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스포츠신문의 선정적인 보도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연예인 A양 납치 사건에 대한 스포츠신문의 보도가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알몸사진’ ‘납치 당시 A양의 전화를 받은 P씨’ 등에 초점을 맞춘 채 의혹만을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자 굿데이는 ‘톱스타 A양 호텔납치 “알몸사진 공개하겠다” 거액요구’ 기사에서 “범인은 A양을 납치한 상태에서 A양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게 해 “5000만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알몸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조선도 ‘톱스타 A양 심야납치 알몸협박’ 기사에서 “범인은 A양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됐을 당시 찍은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며 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두 기사 모두 ‘알려졌다’고 보도했지만 ‘알몸사진’이 실제 있는 것처럼 거론했다.
다른 스포츠신문들도 알몸사진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누드사진·동영상…폭탄! A양 파일’ ‘알몸 찍혔나…A양 미스터리’(스포츠투데이) ‘나체사진은 과연 있을까’(스포츠서울) ‘톱스타 A 벗겼다고?’(일간스포츠) 등.
또한 납치 당시 A양이 전화한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 ‘신고자는 왜 남자친구?’(스포츠서울) ‘남자친구로 지목된 박모씨와 A양 관계에 관심’(굿데이) ‘과연 P는 A양과 어떤 사이인가’(스포츠투데이) ‘남자친구 P씨와의 관계 의문점’(스포츠조선) 등으로 보도하면서 흉악 범죄를 단순 흥미거리로 몰고 갔다.
앞서 경향신문은 4일자 초판에서 피해자의 사진과 실명을 적시했다가 시내판에서 기사를 뺐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신문사 문화부 기자는 “나체사진, 몰카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를 보면서 피해를 당한 연예인들이 어떻게 신변 보호를 위해 신고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희정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는 10일자 ‘기자의 눈’에서 “흉악 범죄의 피해자를 저열한 호기심의 제물로 삼아 2중, 3중의 고통을 주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특히 여성 연예인의 피해나 불행에 대해 언론은 여전히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채 선정적인 볼거리로만 접근한다”며 “‘비디오 보도’가 나올 때마다 문제제기를 했지만 고쳐지지 않은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