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1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산하 ‘언론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는 발족 첫 사업으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두표 전 KBS 사장의 사면복권과 관련 대통령과 법무부, 서울지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세금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유 4년(벌금 30억원)을 받은 홍 회장과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 집유 5년(추징금 1억원)이 확정된 홍 전 사장이 3개월만에 전격 사면복권된 것을 항의하는 뜻에서였다.
2003년 6월 5일. 이들의 사면복권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제기했던 항소가 기각됐다. 어찌된 일인지 지난 3년을 거슬러 보니 다음과 같다.
2000년 당시 법무부는 ‘개인 신상 및 통치행위에 대한 정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언개연은 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001년, 법원은 “사면복권 정보는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정보를 공개하라”며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무부는 정보공개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 5일 패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한 사건일지를 되짚으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진지 벌써 5년인데도 납득할 수 없는 비공개 결정은 넘쳐나고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행정소송에서 이겨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은 2∼3년이나 흐른 뒤이고 정보의 가치는 그만큼 바래지고 만다. 해당 기관도 국민 앞에 공개하기 ‘싫은’ 사안일 경우 일단 비공개 조치부터 해놓고, 소송에서 져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보를 틀어쥔 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비공개를 남발하는 해당 기관도 문제지만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오히려 ‘정보거부법’으로 뒷걸음치게 만든 정부의 시대착오적 발상, 정보공개법을 취재·보도에 적극 활용하기는 커녕 관련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관심있게 보도하지 않는 언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쓴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