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칼럼] 한국의 아동인권

기자칼럼  2003.06.18 00:00:00

기사프린트

심은정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지난 한 해 경찰청에 신고된 12세 이하 성폭력 사건은 모두 599건. 이중 6세 이하가 피해자인 사건도 105건이나 되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실제 성폭력을 당한 아동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아동성폭력은 범죄 발생 자체도 문제지만, 발생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 및 수사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경찰, 검찰, 법정 등에 나가 진술을 하는 것이 귀찮아 산부인과와 정신과 등 병원들은 진단서 발급 및 치료를 거부하고, 강력범과 사기범을 잡기에도 일손이 부족한 경찰은 아동성폭력 사건에 수사를 집중할 여력이 없어 전문적이거나 끈질긴 수사를 거의 하지 못한다. 한 피해 아동 어머니가 진단서 한 장을 발급 받기 위해 35시간을 헤맨 것도, 또 다른 피해가족 어머니가 범인을 잡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40일 동안 헤맨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피해 어린이는 경찰, 검찰과 법원에서 최소 5∼6차례 진술을 반복하고 피의자와의 대질심문도 거쳐야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아이의 고통을 보다 못해 재판을 포기하는 가족도 많이 생긴다.

올해 ‘경찰조사에서 비디오 1회 진술’, ‘성폭력 전담 검사제 실시’ 등 진일보한 몇몇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지만,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여전히 요구된다. 성폭력 수사 전담반 설치가 시급한 문제이고, 경찰과 검찰 및 판사와 정신과 의사 등이 한 팀을 이뤄 피해아동이 이들 앞에서 1회 진술만 하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또 병원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들의 진술을 1회로 줄이거나 서면진술을 가능케 해야 하고, 진료를 해 주는 병원에 일정한 혜택을 줘야한다. 나아가 아동성폭력 전담 치료병원을 만들어 적은 비용으로 피해 아동이 정신과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가능하면 한국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 한 아동성폭력 피해 어머니의 울부짖음이다. 한국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고소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아동인권이 얼마나 열악한 가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사회,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과 가족들이 제 2의 고통을겪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