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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빌미 언론 인권침해 심각(2)

MBC 기자 납치된 당사자에 전화취재 '물의'

서정은 기자  2003.06.18 14: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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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자작극으로 밝혀진 30대 주부 납치사건에서 한 방송사 기자가 납치된 주부 조모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납치 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한 경찰도 문제가 있지만 피해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취재 방식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수원남부경찰서와 MBC 보도국 등에 따르면 MBC 사회부 한 야근기자는 사건이 터진 직후 경찰이 언론사에 팩스로 보낸 상황보고서에서 피해자 휴대폰 번호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를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주부 조모씨와 남편이 수원 영통파출소로 이송된 뒤 “MBC 기자가 누구냐, 어떻게 납치당한 사람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용구 MBC 사회1부장은 “경찰에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종용했던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야근하던 초년기자가 팩스를 보고 연락이 되면 도움이 될까 싶어 전화를 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자가 실수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납치자의 신원과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경찰에게 일차적인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언론사 기자들은 MBC 기자의 무분별한 취재 행태를 지적하면서도 납치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지 않고 엠바고 조치도 신속하게 하지 않은 경찰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방송사 사회부 기자는 “납치사건에서 기자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전화한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한 일이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작극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아찔하다”며 “피해자 인적사항을 남겨 빌미를 제공한 경찰도 기자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