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와 MBC 민영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등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가 제시한 이른바 방송개혁안이 또다시 파문을 낳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위원장 하순봉 최고위원)가 지난 19일 발표한 ‘방송개혁안’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해왔던 △MBC 등 정부출연·출자기관 감사 △KBS 2TV와 MBC 민영화 등을 비롯해 △방송과 신문의 겸영금지 철폐 △KBS 수신료 폐지 등 큰 파장이 예상되는 첨예한 사안까지 종합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런데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없이 개혁안부터 발표하고,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 올해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언론계의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다.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해당 방송사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하순봉 최고위원은 언론계의 반대 여론에 직면한 지난 23일에도 “언론특위가 밝힌 방송개혁 기본방향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당 안팎에서 거론됐던 내용들을 종합한 것”이라며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또 필요한 부분은 당론화 과정을 거쳐 가능한 것은 금년 정기국회에서라도 입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논리적 일관성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공세”라며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음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해에도 MBC를 감사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유보시켰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등 방송에 대한 압력과 통제 의도를 버리지 못했다는 언론계의 반발을 사왔다.
또 MBC와 KBS 2TV 민영화와 KBS 수신료 폐지는 오히려 자본의 방송통제를 가능케 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독립언론과 국민언론을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문과 방송 겸영금지 철폐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이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 FCC의 결정은 미국 상원에서 부결됐고, 우리 현실에 비춰봐도 일부 신문과 방송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지금의 구도에서는 폐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영욱 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은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는 것은 공중파에 SBS와 같은상업방송을 또다시 만드는 것인데 선정성과 시청률 경쟁 등 방송문화 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원소스 멀티유즈’가 생존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과 신문의 겸영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해도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아 조선 중앙 등 시장에서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언론사는 반드시 배제시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방송사 노조를 비롯해 언론노조, 신문통신노조협의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은 잇따라 성명과 집회를 열고, 강력한 연대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에 대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 나온 방송장악과 방송 사영화 기도”라며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 철폐는 조선일보 등 수구 족벌신문들에게 방송을 상납하려는 의도를 교묘히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평호 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한나라당의 소위 방송개혁안은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방송장악 없이 권력획득 없다’는 퇴영적 정치집단의 현실 인식의 반영일 뿐”이라며 “이 시대 언론개혁의 대상은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고 언론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족벌 신문과 족벌 방송사라는 것을 한나라당이 깨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