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으로 언론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의 ‘방송개혁 기본방향’을 놓고 신문들간 논조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반대 또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데 비해 조선과 중앙은 한나라당의 방침을 적극 지지했고 특히 중앙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지난 19일 이른바 ‘방송개혁안’을 발표하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인 곳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은 지난 20일 ‘방송진입규제 이제는 없애야’ 사설에서 한나라당을 향해 “방송개혁의 뜻을 세우고 올해 안으로 관련법 개정 의욕을 보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의지를 가지고 관련법을 과감히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겸업금지 조항도 철폐돼야 한다”, “MBC, KBS 2TV를 민영화함으로써 정체성의 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초 KBS 2TV는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이었으나 강제로 통폐합됐다”고 언급해 2TV 인수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인 21일 ‘개혁이 필요한 곳은 방송이다’라는 사설에서 “국민의 재산인 공중파의 90%를 독과점하고 있는 거대 공영방송이야말로 현 정부가 그토록 관심을 두고 있는 언론개혁이 이뤄져야 할 곳”이라며 한나라당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은 이어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이 자신의 정파적 이해만을 반영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 현 방송체제에 대한 수술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통제를 차단하고 방송이 다양한 시각을 공정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대한매일,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속셈에 초점을 맞추면서 방송의 공익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점을 강도높게 지적하고 나서 대조를 이뤘다.
대한매일은 지난 21일 ‘한나라 방송개혁안 문제있다’ 사설에서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고려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공중파 방송의 개혁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같은날 사설 ‘왜 지금 공영방송 민영화인가’에서 “노무현 정부와 방송사를 동시에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 “민영화할 경우 공영성 강화가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상업주의 강화로 프로그램의 질만 추락할 가능성만 더 많아 보인다”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국민일보도 지난 21일 ‘방송개혁 신중한 접근을’ 사설에서 “다분히 당파적 의도가 엿보인다”며 “신문 방송의 겸업 허용 등은 어차피 재벌들만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벌의 언론 독점이라는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더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지난 21일 ‘기자메모-한나라당의 방송쟁점화 속셈’을 통해 “방송 3사의 과점이 걱정된다면서 신문시장의 과점 상황에는 애써 눈을 돌리는가”라며 “한나라당이 방송 문제를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