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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본 미디어 세상]언론의 '뉴스 만들기' 관행 꼬집어

미디어세상  2003.06.25 14: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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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



왜 어떤 사건이 뉴스가 되고 어떤 사건은 그렇지 않을까? 보도할 가치 때문이라고 기자들은 대답할 것이다. 그 가치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갖가지 설명 뒤에 결국 ‘뉴스에 대한 감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의 <메이킹 뉴스>(박흥수 역, 나남 1995)를 읽어보면 이 대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자들은 보도할 가치를 객관적 기준, 경험과 감각으로 주체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터크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뉴스를 만드는 것은 제도와 관행이다.’

“뉴스는 세계를 향해 나 있는 창이다.” 그 틀로 해서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본다. 창의 크기나 구조, 색깔이나 투명도, 위치와 방향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저자가 책을 시작하며 꺼낸 이야기며,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현실 구성에 대한 연구’다. 뉴스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뉴스는 담요가 아니라 그물이다. 뉴스는 세상의 모든 일을 빠짐없이 건져 올리는 것이 아니라 큰 먹이만을 노린다. 독자와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정보가 있을 법한 곳에 집중해서 기자를 배치시킨다.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책은 구성주의라는 이론을 뉴스와 연결시켜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있는 것은 그 대목이 아니다. 그녀는 구체적 현장을 보여준다. 기자들이 직업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뉴스 개념은 뉴스 망에 난 구멍을 합리화시키는 도구다. 출입처와 담당 영역의 배치, 관료적 지시계통과 상호조정을 통해 사건들에 뉴스가치가 부여된다. 중요한 정보가 생산되는 길목에 기자를 배치하지만, 지속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그곳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역도 성립한다. 마감 시간과 가용한 영상 또한 뉴스가치를 결정한다. 여성운동가들이 저녁이나 주말에 집회를 하는 한, 그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 힘들었던 것이 그 예이다. 사건에는 ‘유형’이 있어, 긴급사태로 규정된 사건이나 스포츠 게임 등은 늦은 시간에 발생해도 기사화가 된다. 그리고 유형은 사건 자체의 성격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관행이 유형을 결정한다.

저자는 “1967년 6월부터 1969년 1월까지 어떤 때는 하루 걸러서, 또 어떤 때는 매일같이”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뉴스가제작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저자는 또한 신문사 편집국, 뉴욕 시청 기자실에서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했다. 기자와 장시간 인터뷰도 했다. 민속학자가 생소한 문명을 현지에서 관찰하듯, 11년간에 걸쳐 저자는 기자들의 일상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했다.

외부인의 관찰이 그 일상을 잘 알고 있는 기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가장 관찰하기 힘든 것이 자기 자신이다. 이 책은 일종의 거울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힘든 기자들 앞에 거울을 내밀고 있다. 그래서 ‘당연한 것’ ‘원래 그런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저널리즘의 객관성과 진실 추구의 가능성에 대해 터크만은 비판적이며 회의적이다. 이 입장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저널리즘 현실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진실 추구와 객관성이 저널리즘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인식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