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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 보도기자 유죄판결

기협·언론계 "비판기능 위축" 강력 반발

박미영 박경철기자  2003.06.25 14: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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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법조비리 사건을 보도한 대전MBC기자들에 대해 법원이 법정구속 등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관련 사건 보도로 현재 계류중인 민·형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은 지난 20일 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대전MBC 전 법조팀장을 법정 구속하는 한편 현직 기자 3명에 대해 징역 4∼8월에 집행유예 1∼2년, 사회봉사명령 80∼12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대전지법은 판결문에서 “보도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종기 변호사가 일부 사건을 비정상적으로 수임하면서 법원 및 검찰의 일부 직원, 경찰관 등에게 알선료를 지급하고, 일부 판사 또는 검사에게는 전별금 등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도 “범죄사실 기재 보도부분(즉, 알선료를 지급했을 뿐 현직 판사 및 검사와 뒷거래를 했다는 것)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허위사실”이라며 “자료입수 경위, 충분한 취재여부, 사용된 어휘의 일반적인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비방할 목적’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전MBC는 이와 관련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결을 놓고 언론계는 “언론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판결”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가 법리적 판단 외에 언론에 대한 ‘감정적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대전지검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 2001년 12월 무혐의 처리했다가 지난해말 대전MBC가 대전지검 특수부 수사관들의 시민폭행사건을 보도한 뒤 갑자기 불구속 기소해 ‘보복성’이라는 논란을 빚은바 있다.

대전·충남기자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보도의 사회적 반향과 순기능을 인정하면서 사회봉사명령까지 내린 것은 법리적 판단 외에 언론에 대해 재판부가 감정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대전 법조비리보도는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사회적 비리에 대한 고발보도였다”며 “보도의 본질은 무시한 채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언론인을 법정에 세워보겠다는 것은 저급한 패거리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경향 대한매일 조선 중앙 등 대다수 언론이‘비리보도 법정구속은 문제 있다’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일제히 이번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대전법조비리와 관련해서는 당시 ‘철저해부 이종기 리스트’를 방영한 MBC PD수첩 PD 2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오는 26일 2차 공판이 예정돼 있으며, 이종기 변호사가 대전MBC와 MBC본사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30억원과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계류중이다.

박미영·박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