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자 동아일보 노보 ‘동고동락’은 1면에 무거운 주제를 던졌다. “‘조직의 허리’가 최근 2∼3년 사이에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여러 명의 기자들이 지금도 퇴사를 준비중이라는 점”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노보는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동아일보 내에서 기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던 상징적 인물이고 둘째, 동아일보에 대한 애정이 강했고 셋째, 기자가 아닌 다른 인생의 행로를 찾고 있는 것”이라면서 “무엇이 이들을 동아일보 밖으로 내몰고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2∼3년 사이 동아일보를 떠난 기자들은 10여명에 달한다. 또 사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전직 노조위원장이 퇴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손문상 전 화백은 ‘동아일보를 떠나며’란 글을 통해 “최근 동아일보 지면이 악의적이고 위험하다”고 비판하면서 “상황논리에 깊숙이 빠져있어 이제는 스스로 조차도 얼마나 비겁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이라고 토로해 사내외에 충격을 줬었다. 잇달아 지난해 9월 청와대 출입기자가 “박지원 비서실장 관련 기사가 무리하게 고쳐졌다”면서 항의성 사표를 냈다. 이외에 전직 공보위 간사 2명, 노조 사무국장 등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몇몇 기자들도 회사를 떠났다.
동아일보 한 기자는 “이탈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끊임없이 인력이 유출되는데도 문제의식 없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무엇보다 내부에서 애정을 갖고 뭔가 해보려고 했던 기자들이 좌절을 하고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에서 퇴사한 한 기자는 “경영진이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뜻있는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중첩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노보는 “중견기자들의 탈출은 동아일보의 인적손실이고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불분명한 코드로 편가르는 내부 분위기’에서 이탈 현상의 원인을 찾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편가르기를 통한 ‘코드 맞추기’에 대해 우리 신문은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편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앞장서 비판해왔다”며 “하지만 정권을 향해던졌던 고언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였던 이명재 기자의 퇴사를 언급하면서 “이 기자의 사표 제출 과정에서 코드가 다르면 그 사람이 떠나야지 회사가 코드를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려왔다”며 “공보위 간사의 ‘불편부당’ ‘시시비비’ 코드는 회사의 코드가 아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회사의 ‘코드’에 동의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혼자 괴로워하다 회사를 떠나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경영진과 편집간부들은 ‘코드’가 다른 기자들을 얼마나 포용하려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노보는 끝으로 “더 이상 정체조차 불분명한 ‘코드’로 기자들을 옥죄지 말라”며 “동아일보에 오래 남고 싶은 기자들도 ‘조직의 논리’ ‘윗사람의 뜻’이란 애매모호한 일상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한 간부는 “퇴사를 준비중인 기자 규모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어 노조와 시각차가 있다”며 “(코드를 언급한) 노조의 현상 분석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