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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결산승인안 부결

서정은 기자  2003.07.02 13: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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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통과안 본회의서 뒤집혀… 한나라당 비난 여론

언론노조·시민단체 “KBS 길들이기 의도” 규탄





KBS 결산승인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의 감정 대응과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 2002년도 KBS 결산승인안을 상정했으나 재적 국회의원 272명 중 15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72표, 반대 69표, 기권 14표로, 찬성이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KBS 결산안이 이같이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되자 무원칙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결산 심의와 무관하게 정연주 사장과 ‘인물현대사’ 진행자 문성근씨에 대한 이념 문제, 정 사장의 신상문제, KBS의 공정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산안 부결은 특정 방송사에 대한 다수당의 불만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산안이 부결되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바로잡는 후속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예산은 부결시키면 새로 작성하면 되지만 결산은 이미 사용한 내역이기 때문에 부결시킨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국회법에도 결산 부결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국회 문광위 배기선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2002년도 결산은 박권상 사장 시절 집행 사항인데도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만으로 결산안을 부결한 한나라당의 처사는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며 “결산이 승인돼야 감사원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고, 문광위에서도 11개항의 시정조치를 요구해 7월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졌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배 위원장은 “국회의 정당한 감시·감독 기능과 적법한 시정조치를 불가능하게 만든 모든 결과는 방송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는 한나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KBS도 이날 “일부 의원들이 문광위에서 해명된 내용을 또다시 거론하며 문제삼은 것은 KBS 흔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영방송의 결산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언론노조와 시민언론단체들도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 방송장악 음모를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민언련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결산안 부결을 통해 한나라당이 KBS 길들이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도 “한나라당은 유치한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해야 한다”며 “KBS 결산안을 부결시킬 만큼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문광위 한나라당 의원부터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한나라당은 KBS가 예비비를 성과급으로 사용한 것을 문제삼고 있으나 이는 기획예산처가 지침으로 정해놓은 사항”이라며 “대선 패배의 분풀이,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