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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파렴치범인가"

법조비리 보도기자에 사회봉사명령…대전MBC 강력 반발

박경철 기자  2003.07.02 13: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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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형사 4단독 손철우 판사는 지난달 20일 `대전법조 비리’ 보도와 관련, 이종기 변호사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결심공판에서 대전MBC 기자들에게 각각의 징역 4∼8월, 집행유해 1∼2년, 사회봉사명령 80∼120시간을 선고했다. 특히 사회파렴치범들에게 적용하는 사회봉사명령을 기자들에게 구형해 언론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봉사명령제도는 범법자가 사회에 대한 범죄피해의 배상과 속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파렴치범들에게 구형하는 것이 통례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재판결과에 대해 대전MBC측은 즉각 항소하고 판결 내용 중 특히 사회봉사명령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재판 결과의 당사자인 강덕원 편집제작부장(당시 취재부장)은 “국민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그 보도로 기자상까지 받은 언론인들을 사회에 대한 파렴치범으로 판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모독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대전지역 D일간지 중견기자는 “이런 식의 판결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지역에서 꿋꿋하게 일하고 있는 기자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밟는 판결”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언론의 이런 상황에 맞춰 시민단체 또한 있을 수 없는 재판 결과라며 성명과 항의를 표명했다. 특히 사회봉사명령에 대해 대전·충남 민언련 우희창 사무국장은 “재판 전체에 대한 의구심에 앞서 명예훼손에 관련한 고소 건을 사회봉사명령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 선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법원의 판단이 그저 믿어지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98년 이종기 변호사 사건의 비밀장부를 처음 입수한 대전MBC 서상일기자는 “양심에 따라 취재한 보도가 법원이나 수사기관 또는 법 집행기관에 의해서 왜곡되는 상황이 닥치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누가 자유롭게 법조인 관련 취재·보도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경철 기자 p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