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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사건사고 없는 세상을 위하여"

기자칼럼  2003.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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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이 청주MBC 보도부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 바로 사건기자다. 24시간 발생하는 자질구레한 사건사고까지 대부분 파악해야 하고, 그 경중을 따져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사이 어디선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기자들 말로 혹시 물먹지는 않을까. 걱정이 병적인 수준이다.

사건 기자에게는 사건사고가 없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이번에는 동료 눈치보느라 좌불안석이다. 모든 기자가 매일 전원 가동돼 근근히 그날의 뉴스시간을 채워가는 지역에서 ‘거리’ 없다고 마냥 펜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경찰청 기자실에서 만나는 타사 기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뭐 좋은 거리 없을까” 머리를 맞댄다. 누군가 “에이 사건사고나 터졌으면 좋겠다”는 ‘벼락맞을’ 말을 뱉어 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섬뜩한 일이지만, 내가 사건기자 초년병일 때는 세상이 조용할 때마다 타사 기자들과 자주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획회의를 자연스럽게 열곤 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랬을까 스스로 정당화를 해보지만, 정말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얼마 뒤에 깨달았다.

2년 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 근처 도로에서 화물차와 경운기가 추돌했는데 마침 길옆 인도를 걸어가던 아버지가 경운기 적재함에 몸을 맞아 크게 다쳤다.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어머니 옆에서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사고를 당한 가장을 바라보는 가족의 심정을 알았다. 아버지는 눈에 장애가 남긴 했지만,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아버지가 당한 사고는 기자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말 ‘거리’가 안 되는 별 것 아닌 사고였다. 그때 피해자가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난 분명히 ‘거리’가 안 된다고 데스크에 이야기도 안 했을 거다.

그러나 그후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사고소식을 접하면 이게 단신인지 리포트인지, 몇 꼭지로 갈지를 고민하기 전에 피해자와 가족들부터 생각한다. 단순히 거리에 눈이 멀어 피해자나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던, 비록 말장난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아픔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취재는 가슴으로 해야하고 그건 새내기 사건기자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올 가을에 보게 될 후배들에게 꼭 이야기 해 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