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상 전 동아일보 화백은 지난해 4월 동아일보를 떠나면서 “내게 있어서 동아는 열정과 희망으로 바라보며 동경하던 유일한 신문이자 ‘거리의 신문’ ‘광장의 신문’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기사가 내용면에서는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위험한 보도태도가 짙게 함의돼 있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퇴사했다.
지난해 9월 당시 동아일보 청와대 출입기자는 “가판 머릿기사로 실린 박지원 비서실장 관련 기사가 무리하게 고쳐졌다”면서 항의성 사표를 냈다. 정치부 한 기자는 지난달 연수를 마쳤지만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달 노조 공보위 간사가 회사를 떠났다. 퇴사를 준비중인 기자들은 몇몇 더 있다고 한다.
각자 퇴사 이유는 달랐겠지만 지난달 25일자 동아일보 노보는 “누구보다도 동아일보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기자”들의 퇴사를 안타까워했다.
지난 2월 28일자 동아일보 노보에는 익명의 한 조합원 글이 실렸다. “지금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불행히도 이런 것들이다. 누구의 글은 글이 갖춰야 할 엄밀성이 부족하더라도 실릴 거라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감. 자기가 쓴 기사인데도 이거 너무 키우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 마지막에 붙여놓은 한 구절에서 기사 제목이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
2001년 동아일보 노조가 마련한 대토론회에서 다수 기자들은 “동아일보의 핵심역량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면이 제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떠난 기자들과 남아있는 기자들의 고민은 동아일보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침묵을 깨려는 내부의 목소리는 희망이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이제는 동아일보의 또 다른 한쪽에서 답할 때다. “기자들이 자신의 노동의 결과에 신명낼 수 있도록 그 소리없는 아우성에 귀기울여달라”는 절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