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1라디오가 오는 14일부터 대통령 주례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혀 추진 배경과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는 오는 14일 1라디오를 24시간 뉴스시사 전문채널로 개편하면서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20분부터 10∼15분간 대통령 주례방송을 실시하는 방안을 최근 청와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현재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KBS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주례 라디오방송은 정치적 현안뿐만 아니라 민생 문제, 국민 정서와 관련된 내용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 대통령 연설, 전문가 대담, 시민과의 대화 등 여러가지 형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대통령 연설에 대해 정치권이나 해당 관련자들이 반론을 요청하면 이를 적절하게 편성하고, 1라디오의 각종 토론프로그램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원석 KBS 라디오제작센터장은 “대통령과 국민이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화함으로써 정서적 교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뉴스시사 전문채널로 거듭나는 1라디오가 가장 큰 뉴스 소스인 대통령 주례방송을 실시함으로써 채널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때도 1라디오에서 주례연설을 한 적이 있는데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쳐 별 성과없이 몇달만에 중단됐다”며 “방송은 소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미와 효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여름철 건강이나 명절 이야기도 대통령 연설 내용이 될 수 있다. 방송 포맷도 다양하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에서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을 배제하고, 정부의 정책 사안을 설명하는 기조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주택정책이나 백두대간 훼손 문제, 최근 노사분규 등을 설명하는 정책 사안의 내용들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사서 시비를 만드는 것…전면 철회해야”(조선 6월 30일자 사설) “의도가 석연치 않다”(동아 6월 30일자 사설) 등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반론권 보장 등 공정성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이슈만을들먹거리거나 야당의 반론권 보장이 안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통령 훈시’ 성격이라면 당장 방송장악 음모라는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이 새로운 말썽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도 “뉴스 가치도 있고, 1라디오의 채널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통령 주례방송은 해볼 만한 시도이지만 반론권 보장 등 공정성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대안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오는 3일 예정된 노사 공방위에서 대통령 주례방송의 공정성 담보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