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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KBS 정면충돌 '초읽기'

서정은 기자  2003.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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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길들이기’ 비난여론 봇물

언론노조, 전국 총력투쟁 선포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KBS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KBS 결산안 부결을 기점으로 한나라당과 KBS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언론노조도 전국 규모의 결의대회와 기자회견을 계획하는 등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대한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KBS 수신료 폐지와 2TV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1일 KBS 결산안을 부결시키자 방송을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결산안 부결 직후 KBS 예산을 국회에서 사전 심의하는 내용으로 방송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김중배 사장 시절 MBC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나라당이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를 견제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KBS를 길들이려는 정치적 행보라는 언론계 안팎의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5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지난 3일과 4일 언론노조 및 KBS 노조의 항의 면담에서도 KBS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특히 KBS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정연주 사장은 각별한 사이 아닌가” “문성근씨의 프로그램 진행을 지켜보겠다” “보도와 프로그램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해 “방송을 언론기관이 아닌 정치적 싸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반발과 우려를 낳고 있다.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한나라당의 최근 조치들은 공영방송을 겨냥한 길들이기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결산안 부결은 경영진에게는 일정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눈치를 보게 만들 것”이라며 “여권이 방송에 관여한다고 비난하면서 자기들도 똑같이 칼을 들이대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신문도 KBS 정연주 사장의 병역 및 사상 문제, ‘인물현대사’ 신설 등 프로그램 개편과 진행자 교체, KBS1 라디오 대통령 주례방송 등 KBS 관련 사안마다 비판 공세를 펴고, 한나라당의 방송 관련 주장이나 정책은 대체로 지지하는 논조를 보이면서 ‘KBS 개혁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폐지와 2TV 민영화를 골자로 한 방송개혁안을내놓고, KBS 결산안을 부결시켰을 때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를 비판하는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보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부각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BS 노조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방송 길들이기 공세를 일부 보수신문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KBS에 문제가 많고 한나라당이 방송에 의해 핍박을 받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이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음모를 규탄하고 공영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3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연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공영방송 사수 투쟁 선포 기자회견’과 ‘언론장악 획책 한나라당 규탄대회’를, 18일에는 전국 한나라당사 앞에서 ‘공영방송사수 언론개혁 쟁취 결의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