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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실패 뒤늦게 '시끌'

박미영 기자  2003.07.09 13: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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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상황 불구 언론 문제제기 하지않다

김용학 의원 발언후 ‘김운용 책임론’ 빗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를 놓고 김운용 의원에 대한 뒤늦은 책임론이 파문을 낳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가 유치단과 함께 체코 프라하에 기자들을 파견, 현지 취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같은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아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6면

‘김운용 책임론’은 지난 4일 김용학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김운용 의원의 방해 때문에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됐다”며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면 부위원장 선출이 어렵기 때문에 반대운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 이후 언론은 “김씨 부위원장 출마 10표 이상 날아갔다”(국민), ‘김운용씨 규탄 들끓는 강원도 “개인 영달 위해 국민 우롱”’(동아), “평창 유치 실패 김운용씨 탓”(중앙), ‘“평창 탈락 후 결심” 설득력 잃어’(세계) 등 연일 ‘김운용 책임론’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 의원이 당초 IOC 부위원장 출마를 부인했다가 말을 뒤집고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것과 관련, 사설을 통해 “이 같은 처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IOC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묻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운용 의원의 IOC 부위원장 출마가 이미 예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이 사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고건 총리와 이창동 장관이 지난 1일 프라하 현지에서 김운용 의원을 만나 IOC부위원장 출마 포기를 권유했을 정도로 김 의원의 출마 움직임은 현지에서는 알려진 내용이었다는 후문이다. AP, 스포츠인테른 등 외신을 통해서 김 의원의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우리 언론은 김 의원이 고 총리와 이 장관의 권유를 거부했다는 내용조차 당시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김 의원과 유치단과의 불협화음 역시 당시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현지에 파견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음악회나 패션쇼 등과 같은 것이 유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22표정도 나오면 그 가운데 20표는 내 것”이라며 유치 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당시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특히 이같은 김 의원의 행보를 전혀문제삼지 않던 언론들이 김용학 의원의 발언 후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유치 실패의 직접적인 책임이 김 의원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을 사고 있다. 언론은 김용학 의원의 주장이 있기 전에는 유치 실패의 원인을 △북미·유럽의 견제 △국제적 인지도 부족 △시설 부족 △2008년 여름올림픽 아시아 개최 등으로 꼽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초기에는 체육부 기자들이 스포츠 차원에서 기사를 썼으나 김용학 의원의 발언 이후 정치부에서 다뤄지면서 정쟁 차원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라하 현지 취재를 담당했던 한 일간지 기자는 “김 의원이 평창 유치 가능성에 부정적이라거나 유치단과 내홍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김 의원이 출마설에 대해 애매 모호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기사화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는 “김운용 의원의 행보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할 수는 있지만 김 의원 때문에 평창 유치가 실패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최근 보도는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것 같은데 진실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