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와 KBS 노조 집행부가 지난 3일과 4일 각각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만나 한나라당의 방송관 및 KBS 결산안 부결 사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언론노조와 KBS 노조는 이틀간의 면담에서 한나라당의 방송 민영화, 신문·방송겸영 허용, KBS 수신료 폐지 방침과 KBS 결산안 부결 등 최근 일련의 한나라당 조치에 대해 강한 우려와 비판 여론을 전달했다.
우선 KBS 결산안 부결과 관련 지난 4일 KBS 노조가 “한나라당이 방송개혁안을 발표한데 이어 결산안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고 정치적인 의혹을 제기하자 최 대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당 의원들이 KBS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문성근씨 진행이나 KBS 보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산안 부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결산보고를 듣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지 조직적으로 계획하거나 지시한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언론특위가 밝힌 이른바 ‘방송개혁안’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김영삼 KBS 노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2TV를 민영화할 경우 1TV 수신료가 인상돼야 하는데 수신료 폐지와 민영화를 동시에 모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당장 추진할 계획이 아니고 장기적인 검토안으로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지금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언론과의 관계는 전쟁을 하듯이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면담에 배석했던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민영화 방침은 대선공약이었으며 수신료를 폐지할 것인지, 징수방법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재원을 지원해주는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장기적으로 검토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최 대표는 지난 3일 언론노조와의 면담에서는 KBS 2TV 민영화와 관련 “직접 개혁안을 만든 분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내 짐작에 처분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면담에서 한나라당은 방송에 대한 불만과 총선을 의식한 발언을 곳곳에 내비쳤다. 지난 3일 최승호 MBC노조위원장이 “MBC 사장은 적어도 권력이 앉힌 사장이 아니며 KBS 사장 임명 과정에서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지났음이 증명됐다”고 말하자 최 대표는 “김중배 사장이 정권과 관계없이 사장에 임명됐나? 광화문에서 길가는 사람 막고 물어보라”고 응수했다. “오해가 많은 것 같다”는 노조측의 지적에 최 대표는 “오해가 아니라 견해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연주 사장은 각별한 사이가 아닌가. 방송이 선거를 앞두고 좀 덜 비우호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는 4일 면담에서도 “KBS에 불만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문성근씨가 진행자로 나선 것을 주시하겠다” “보도나 프로그램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가만있지 않겠다” “총선을 앞두고 있다. KBS가 일방적으로 공격프로를 만들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최 대표는 “신문시장의 혼탁이 도를 넘었다”는 언론노조의 지적과 관련 “아닌 말로 국민들에게 치사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컸으면 안해도 되는데 전국의 모든 지국에서 경품을 뿌리고 있다”며 “조중동 상층부에게도 안된다고 말하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면담에 배석했던 한 참석자는 “한나라당은 권력을 잡기에 유리한가, 아닌가라는 흑백 논리로 언론기관 KBS를 보고 있으며 특히 문성근씨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며 “방송을 권력쟁탈의 유불리, 정치적 수단으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