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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도 관련 법률문제 쉽게 풀어 쓴 실용서

[책으로 본 미디어 세상] 언론과 명예훼손 소사전

책으로 본...  2003.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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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 전 기자협회 편집국장





대전 법조비리를 보도한 기자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이 판결의 문제점을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기자협회보 등 여러 군데서 다루었다. 특히 프레시안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서 제시하였으니 참고할 만하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기자들은 언제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기자들은 늘 명예훼손의 위험을 실감하면서 일해 왔다. 각 언론사마다 최소 몇 건씩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그 대부분은 명예훼손이다. 소송으로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본 기자들도 나왔다. 이제 소송 이야기는 기자 사회의 단골 메뉴다.

이처럼 늘 소송의 위협에 불안해하면서도 실제적인 예방 노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입사 초 연수에서 강의 한 번 듣곤 현실에선 오래 전부터 이어 온 관행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비로소 법조 기자나 또는 회사의 자문 변호사에게 묻는 등 부산해진다. 미리 공부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과 명예훼손 소사전>(이재진 저, 나남출판)은 명예훼손 등 언론과 관련된 법 지식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전문 학술 서적이나 판례 해설집이 아니라 기자들의 일상적인 취재 보도 활동에 도움을 주는 실용서로 쓰였다.

법 지식이나 법률 용어는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이에게는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법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눅부터 들곤 한다.

이 책은 법에 관한 전문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하였다. 그리하여 기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명예훼손의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하였다. 여기에 더해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권, 반론권 등 언론 관련 법률을 광범위하게 다루어 취재 보도와 관련된 모든 법률적 문제들을 함께 파악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설명하는 다양한 법률 용어들은 언론 법은 물론 모든 법률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법조 기자들의 기사 작성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을 안다고 소송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알고 이를 일상의 취재 활동에서 조심한다면 소송 당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더욱이 법을 배우면서 언론의 책임과 인권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기자로서의 성장에 아주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책 말고도 이미 언론법에관한 책은 몇 가지가 출판되어 있다. 판례들을 두툼하게 모은 <언론과 명예훼손>(차병직 외 저, 나남), 검사의 시각에서 명예훼손에 접근한 <언론과 명예훼손>(표성수 저, 육법사), 실용적인 지식에 초점을 맞춘 <언론과 명예훼손 핸드북 Q&A>(한국언론재단) 등은 명예훼손 법 조항을 이해하고 예방하는데 유용하다.

명예훼손에서 더 나아가 언론 관련 법을 두루 살펴보면서 언론 법 정신도 함께 논한 책으로는 <언론과 윤리법제>(한병구 저, 서울대 출판부)와 <한국언론법제론>(팽원순 저, 법문사) 등이 쓸만하다.

어느 책이어도 좋다. 한 권만 집어서 읽으면 된다. 큰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독서로 얻는 대가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