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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보도 확인없이 또 대서특필

기자들 "정보 뒤틀림이 북핵 위기 부풀릴 수도" 지적

박미영 기자  2003.07.09 13: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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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관련 외신 보도는 무조건 키우고 보는 우리 언론의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대다수 언론은 뉴욕타임스가 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리들의 말을 인용, “미국 정찰위성이 북한의 ‘용덕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간이 핵폭발 실험시설을 탐지했다”는 보도를 1면 머릿기사 등으로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내용은 위성사진 등 관련 물증이 없고, 해당 지역에 ‘용덕동’이라는 지명이 없다는 점, 취재원이 익명이라는 점 등 부정확한 내용이 많아 우리 언론이 사실 확인절차 없이 북한 핵 관련 한미협상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위기감만 고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미, 북 핵 실험시설 발견 소형 핵탄두 개발 추정”(조선), “미, 북 핵실험장소 발견”(동아), “소형 핵탄두 북서 개발 중”(한국) 등 대다수 언론은 지난 2일 관련 사실을 1면 머릿기사 등으로 보도하며 사설 등을 통해 “툭하면 남한을 협박하는 것은 결국 남한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면서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국민), “한반도 전체가 북핵의 그늘 아래 놓이게 되는 것”(조선)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지도에 표시한 황해도 ‘용덕리’의 경우 실제는 없는 곳으로 밝혀지면서 “새로운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내용을 둘러싸고 진위논란이 일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가 밝힌 ‘용덕리’의 경우 그간 핵실험 장소로 의심을 받아온 평북 영변 부근 구성시 ‘용덕동’일 가능성이 높아 이번 기사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18일 “북한이 영변 핵 시설 내에서 지난 83∼93년 70여 차례의 고폭 실험을, 98∼99년 평북 구성 인근지역에서 3∼4차례의 고폭실험을 각각 실시한 것은 알려져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강경파들의 언론플레이에 우리 언론이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지난 98년에도 미국 정보기관 정보보고를 인용해 평북 대관군 금창리 핵시설 의혹을 제기, 국내 언론이 대서특필했으나 2000년 미국의 현장 조사 결과 핵 시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관련 공영운 문화일보 기자는 지난 3일자 기자칼럼 ‘석연찮은 미 언론 북핵보도’에서 “NYT의 이번 기사는 ‘영덕동’이라는 지명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는 등 부정확한 것이많다”며 “NYT의 ‘핵시설’보도가 사실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입장에서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사실은 기정사실화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승일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도 3일자 기자칼럼에서 “미국이 유엔의 대북 비난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을 구체화하려는 시기에 이런 정보가 나오고 있는 것도 범상치 않다”며 “정보의 가공과 뒤틀림이 핵 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