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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프로그램 비평인가, 사장 비평인가?

우리의주장  2003.07.16 03: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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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신문에서 KBS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읽기는 매우 오랜만인 듯하다. 지난 4월 KBS 사장으로 정연주씨가 취임한 이후 정 사장 병역문제에 집중됐던 관심은 지난 6월 KBS가 이른바 개혁 프로그램들을 선보인 이후 이들 프로그램으로 관심의 대상이 옮겨졌다.

프로그램 진행자에서부터 매체비평 프로그램, 대통령 주례연설까지 하나씩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프로그램을 보는 시각도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KBS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의욕이 지나쳐서인지 아니면 개혁을 표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탓인지는 모르지만 부적절한 방식을 구사해 많은 비판을 받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는 겸허히 받아들여져야 하고 앞으로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것 역시 어색한 것이 아니고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KBS 비평에 나선 조중동의 시각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전두환씨 집 앞에 중계차를 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똑같이 ‘인민재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비판의 날을 매섭게 갈았고, 사설과 칼럼, 만평까지 동원해 매섭게 KBS를 몰아부쳤다. 그런데 그 끝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프로그램과 전혀 관련 없는 정연주 사장으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비평의 뒤에 숨어있는 의도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프로그램 비평은 예전부터 ‘손을 봐줘야 할’ 정 사장을 흠집내기 위해 사용된 도구로 밖에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프로그램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은 지금보다 더욱 분발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개혁을 표방한답시고 어설프게 만든 프로그램은 여느 때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주변의 시선에 여지없이 부서질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표방되는 일부 언론들의 터무니없는 공영방송 흔들기도 당장 중단돼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개혁 프로그램이 자신들을 겨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불안감은 버려도 될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