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 사건의 1심 판결이 ‘국민의 알권리’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언론관련 소송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이제 언론인들도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안이나 판례에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함께 마련한 제29회 기자포럼이 ‘대전 법조 사건과 한국 언론·표현 자유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지난 10일 대전 스파피아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는 길쌍석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등 많은 지역 언론 인사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에 앞서 경과보고를 맡은 신원식 대전MBC 노조지부장은 “누가 보더라도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사회적 비리에 대한 고발보도를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상업적, 선정적 보도로 규정해 단죄하는 법원의 판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이번 판결 내용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언론의 감시, 비판, 고발기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토론자들 역시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 토론에 참석한 김영호 시사평론가는 “지난 워터게이트 사건에도 지엽적 오류가 있었고 자발적 누출이 아닌 한 수사권이 없는 기자가 취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위법성조각사유를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선 목원대 언론광고 홍보대학원 교수도 미국에서 시행되는 ‘현실적 악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지난 몇 년간 언론관련 판례를 보면 우리나라 역시 공공의 목적이면 비방이 아닌 것으로 인정해왔으나, 유독 법조 관련 보도의 경우만은 법조계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90년대 이후의 법조관련 명예훼손 소송사례들을 점검해 본 결과 실제로 1996년 한겨레 승소판결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기자들에게 내린 양형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사실 이번 판결이 크게 부각된 이유는 결과적으로 양형에 있다”고 말한 이승선 교수는 “일반적 언론관련 판결에 비추어볼 때 지나치게 무거운 판결”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판결문의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준수사항’을 직접 인용하면서 그는 “이 사항들은 마약사범, 성폭력사범, 파렴치범에게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대표적 예로 제시했다. 우희창지역언론개혁연대 사무국장 역시 “법의 판단은 상식적 납득이 요구되는 판단인데, 검찰에서 처음 기각했다가 항고심에서 다시 받아들인 기소과정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며 “사회봉사명령은 특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와 언론계의 상호 이해부족을 문제가 커진 원인으로 지적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명재진 충남대 법학과 교수는 입수한 자료에 0원으로 기입되어 있었던 점, 그리고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명예훼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판결에 수긍할만한 부분이 많고, 문제는 법조계와 언론계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실형선고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며 아직 상급심이 남아있으므로 그 후 다시 자리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보탰다.
앞서 발제를 맡은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법정대응의 지난함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 근거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 있어서 토론자들은 모두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토론자들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최근 판례 및 명예훼손소송에 관해 언론계가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명재진 교수는 “언론과 법조계의 열린 대화의 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지영한 대전CBS 기자는 “학계와 언론계의 공동대처방안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승선 교수도 마찬가지 취지에서 “언론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제는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소송에 대한 언론사 차원의 집단적 대응과, 당사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는 언론사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울MBC 기자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뒷거래로 인한 부당특혜 의혹 근거자료가 있다고 믿는다”며 “대검찰청의 정보공개 거부로 인해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정보공개소송을 제기 중이기 때문에 1심 판결이 바뀔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은 2심 판결의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