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된 MBC PD수첩 ‘한국신문, 권력 위의 권력’이 동아, 조선, 중앙 등 3개 신문을 향해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스스로 권력이 됐다”며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PD수첩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던 신 군부 시절을 지나,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게 되기까지 신문의 역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했다”며 전·현직 언론인과 정부 관계자 수십 명의 증언을 통해 “신문이 또 하나의 권력으로 군림하며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보, 왜곡보도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PD수첩은 2000년 9월 동아일보의 ‘부산 대구엔 추석이 없다’ 기사와 관련, “영남을 석권한 조선일보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부수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때부터 동아일보의 논조가 급속하게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또 “동아일보가 정권을 향해 빅 딜을 요구했었다” “동아방송 및 송신소 땅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전 정부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청와대가 요구를 거부하면서 정부와 동아의 관계가 급랭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와 신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집권초기에 저자세를 취하며 박지원 장관을 내세워 이른바 ‘캐쉬 앤 위스키’ 방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고급 위스키를 들고 언론사를 찾았다는 것. 이와 관련 전 조선일보 기자는 “박 장관이 ‘형님 저 왔습니다’라며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방을 찾는 것을 여러 번 봤다”고 증언했다.
PD수첩은 특히 신문의 왜곡 편파보도가 신문사 내부의 비민주적 시스템에 기인하고 있다며 내부 기자들의 증언을 소개했다. PD수첩은 97년 대선 당시 일부 거대 신문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이회창 후보에게 배팅했다”는 당시 중앙일보 기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관련 “그 기사를 올리지 않은 것은 ‘이건 우리 신문에서 기사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아예 밑에서부터 사전 편집을 한 것”이라는 조선일보 기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사의 논조에 따라 기자들 스스로 보수화 되면서 ‘코드’가 맞지 않는 기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것. PD수첩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신문의 역할이지만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신문은 국민에게는 위험한 존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지난 11일 ‘TV 신문비판 카더라식제작’이라는 제목으로 “MBC PD수첩이 새로운 사실 확인 없이 ‘카더라’ 수준의 증언으로 예전의 신문 비판을 반복했다”며 “KBS와 MBC가 정권을 의식해 신문 비판의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10일자 ‘취재일기-조·중·동 때리는 방송은…’에서 “조·중·동을 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은 것일까”라며 “한시도 권력에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들이 제 눈의 ‘들보’부터 뺐으면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