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분야를 오래 취재하다보니 이제 큰 흐름이 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냥 좀 고급스런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는 거예요. 인력도 모자라고.”
기사 쓰는 국장. 최근 들어 전문기자 또는 대기자 제도가 확산되면서 중견기자들의 ‘기사 쓰기’가 부쩍 늘어났지만 선재규 연합뉴스 국제뉴스국 국장은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기사를 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기자가 되려면 라이터(writer)가 될 것인가, 에디터(editor)로 남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선 국장은 에디터이면서 라이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 국장은 지난달 초 국제뉴스국 국장에 취임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다시 펜을 잡았다. 내용도 보통 데스크들이 쓰는 칼럼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또는 해설 기사를 쓰고 있다. 선 국장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 선 국장은 “외국 기자들이 40∼50년 넘게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면 참 보기 좋더라. 그런데 우리는 차장급 이상만 돼도 기사를 안쓰는 분위기”라며 “인력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의 기사를 하나라도 더 써서 서비스를 많이 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 국장은 특히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국제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국제뉴스의 흐름이 이제 모두 경제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선 국장이 국제경제 관련 기사를 보다 전문적으로 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선 국장이 보직을 맡으면서도 기사를 쓸 수 있는 이유는 ‘국제뉴스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른 부서의 경우 출입처를 돌며 취재를 해야 하지만 국제뉴스국의 경우 보직을 맡으면서도 후배들과 똑같이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외국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보 소스에 대한 기초적인 액세스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선 국장은 오늘도 기사를 쓰고 후배기자의 데스크를 거친다. “당연히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기사가 나간다. 오탈자가 많다는 지적도 받는데, 창피하니 더 분발하게 된다. 후배들보다 좋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