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언론재단 수석연구위원이었던 김택환 언론학 박사가 중앙일보에 입사해서 ‘미디어전문기자’로 꼬리표를 바꿔 단 후 그의 ‘오바’는 점입가경이다.
대부분의 기사가 그렇지만 대표적으로 지난 9일 ‘공영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어떻게 봐야 할까’이다. 김 기자는 뜬금 없이 ‘방송은 기본적으로 오락매체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신문을 비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방송이 왜 ‘기본적으로 오락매체’인가. 김 기자가 자주 인용하는 ‘서구’ 그것도 미국의 최초 방송내용이 대표적인 저널리즘 영역인 ‘대통령 선거 결과보도’였음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모르면 언론학 박사나 미디어전문기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안다면 방송의 성격에 대한 의도적 왜곡이다.
김 기자의 이런 주장은 오락매체가 감히 어떻게 신문을 비판할 수 있는가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본전제로 방송은 무조건 오락매체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진외국’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통해 신문의 ‘비판저널리즘’을 위협하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방송이 신문비평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묻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논리로 신문비평을 하지 않는지.
또 그는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자주 운운하는데 최소한 미디어전문기자라면 국영과 공영의 차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소위 공적규제나 제도적 장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거나 있어도 모른 체하는 것일텐데. 자기 논리가 궁색할 때만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고 정작 국민에게 알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할 때는 주요 개념을 두루뭉실 뭉갠다. 공영과 국영개념이 같은 것쯤으로.
김 기자는 또 “매체비평 프로그램 외에도 방송의 많은 시사 토론프로그램들이 ‘정치편향’ 또는 ‘정치과잉’”이라고 평가한다. 신문이 가장 많이 다루는 영역이 정치지만 방송은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기야 오락매체가 감히 정치문제를 다루니 핵심저널리즘인 신문사의 기자 입장에서 화날 만도 하겠다.
한데 앞 문장에서 한 비판이 뒷 문장에서 왜 뒤집어지는 걸까. “TV에서 정치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앞에서 ‘정치편향’이니‘정치과잉’ 운운하며 비판하더니 뒤에서는 ‘정치관련 프로그램 증가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거짓선동에 집착하는 김 기자 입장에서 보면 왜 헷갈리지 않겠는가. 데스크가 반성해야지.
마지막에 김 기자는 “최근 야당은 공영방송의 편파성이 심각하다며 MBC와 KBS2 민영화 등을 골자로 방송개혁안을 발표했다. 공영방송 스스로 정치인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라고 마무리한다. 편파성이 있으면 소유구조를 개편해야 하나. 사영방송이 편파적일 때 공영방송으로 소유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결국 김기자는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주장하려고 이렇게 억지를 부렸구나.
중앙일보 경영진의 방송사 소유에 대한 집착은 아주 이해못할 대목은 아니다. 한데 이런 경영진의 의도에 따라 한 때 학자로서의 양심과 현재 최소한의 기자 양심을 팽개친 채 저지르고 있는 행위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구노릇’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김 기자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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