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열에 여덟은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구속이 잘한 일이며 중앙일보가 사주 중심의 언론사 구조 때문에 적절치 못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자들 대다수는 신문개혁에 있어 신문사주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었다.
본보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 8일 이틀 간 전국 250명의 기자들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중앙일보 홍 사장 구속에 대해 80.1%가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1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7.5%였다. 그러나 홍 사장 구속의 본질에 대해선 '순수한 법 집행 이외의 의도는 없다'는 응답이 33.7%, '언론 길들이기'라는 응답이 26.6%, '언론개혁'이라는 응답이 24.3%로 분분한 해석을 보였다.
홍 사장 구속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자 가운데는 41.1%가 '순수한 법 집행 이외의 의도는 없다', 29.5%는 '언론개혁'이라고 답했으며, 15.5%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홍 사장 구속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자 가운데는 87.6%가 '언론 길들이기'라고 답한 반면 '언론개혁'이라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홍 사장의 구속이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묻는 설문에는 과반수(53.9%)가 '언론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도움도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7%였으며 '방해가 된다'가 6.2%였다. 하지만 '홍 사장 구속 이후 한국언론의 질 변화'에 대해선 응답자의 54.2%가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보았다. '더 나아질 것'이란 응답은 38.2%였으며 '더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5%에 머물렀다.
홍 사장 구속 관련 중앙일보의 대응태도에 대해 기자들의 84.1%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봤다. '적절하다'는 반응은 12.2%에 그쳤다. 중앙일보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게 된 이유로는 대다수인 87.9%가 사주 중심의 언론사 구조를 꼽았으며 중앙일보 간부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응답은 9.0%였다. 반면 중앙일보 일선 기자들의 이해관계를 원인으로 꼽은 응답은 0.8%로 극소수였다. 또 홍 사장의 거취에 대해 기자들의 대다수(90.3%)가 소유권까지 넘기든(33.8%) 그대로 갖고 있든(56.8%) 간에 중앙일보를 위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문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문항에는 응답자 74.9%가 신문사주를 꼽았다. 정부라는응답은8.3%였으며, 다음으로 신문사 간부 4.9%, 일반기자 3.3% 순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중앙일보나 그밖의 언론사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62.3%인 반면, '행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5.4%에 머물러 기자들 다수는 김대중 정부 역시 언론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홍 사장 구속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자 가운데 58.7%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해도 홍 사장 구속은 잘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로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59.5%에 이르렀다. '그동안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5.4%, '이후로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7.9%였다.
김대중 정부 안의 언론개혁 의지에 대한 평가는 양분되어 있었다.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53.4%(아주 적극적 6.2%, 다소 적극적 47.2%)로 소극적이라는 평가 42.6%(다소 소극적 35.3%, 아주 소극적 7.3%)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잘 모르겠다/무응답'은 4.0%였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개혁에 대한 정부 안의 걸림돌을 물은 데 대해서는 '언론정책의 책임자들'이라는 응답이 36.2%로 가장 많았지만 대통령의 의지(29.3%), 연합정권의 한계(23.8%) 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박지원 장관의 거취에 대해선 퇴임 여론이 78.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시기에 있어선 '즉각 물러나면 중앙일보 문제가 희석되므로 어느 정도 있다가 물러나야 한다'가 40.6%, '즉각 물러나야 한다'가 37.7%로 나뉘었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자는 10.2%,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더라도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4.2%였다.
'김대중 정부가 이후 다른 언론사주의 비리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홍 사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3%로 '그럴 것이다'라는 응답 41.4%보다 조금 많았다.
근무연수 1-3년 32명, 4-6명 58명, 7-9년 41명, 10-15년 94명, 16년 이상 23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근무연수별로는 뚜렷한 차이나 일정한 경향을 나타내는 결과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과 지방의 지역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 결과는없었지만일정한 경향성은 발견되었다. 먼저 서울 기자들이 지방 기자들보다 홍 사장 구속을 지지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80.9% 대 78.9%로 비슷했지만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8.7% 대 17.9%였다. 홍 사장 구속이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6.1% 대 50.5%, '도움도 방해도 되지 않는다'은 32.4% 대 43.2%였다. 중앙일보의 대응 태도가 '적절하지 못하다'도 86.1% 대 81.1%였다.
하지만 사주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서울보다 지방이 더 강렬했다. 신문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에 대해 '신문사주'를 꼽은 서울 기자들이 72.3%인데 비해 지방 기자들은 78.9%였다. 중앙일보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사주 중심의 언론사 구조'라는 응답은 85.2% 대 92.2%였으며, 중앙일보를 위한 홍 사장의 거취는 '경영에서 손 떼고 소유권도 넘겨줘야 한다'는 응답이 28.3% 대 42.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