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개혁에 노조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김동민 SBS 사외이사의 발언에 대해 SBS 노조가 “근거없는 비난”이라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 한동안 논란이 빚어졌다.
김동민 사외이사(한일장신대 신방과 교수)는 지난 4일 민언련 정책포럼 ‘방송사 내부 개혁과제’에 토론자로 참석, “SBS 개혁에 노조가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 “SBS 노조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SBS 개혁에 노조가 협조하지 않아 실망하고 있지만 앞으로 노조와의 접촉을 더욱 늘려 협력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사외이사는 “현재 SBS는 위로부터의 개혁 외에는 길이 거의 없다”며 “SBS가 사외이사의 이야기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려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사외이사의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SBS 노조는 지난 10일 반박 성명을 내고 “김 사외이사가 느닷없이 SBS 노조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에 나섰다”며 △발언에 대한 근거를 댈 것 △노조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경영진에 경도되지 말고 사외이사 활동을 똑바로 할 것 등을 요구했다.
SBS 노조는 “‘노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겸허하게 반성의 기회로 삼겠다”면서도 “김 사외이사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SBS 노조에 SBS 개혁과 관련 의견을 제시하거나 상의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SBS 노조는 정기적인 공방위 활동, 공익적 프로그램 확대 요구, SBS 미디어넷 사태 중재 활동,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 등 경영진을 상대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노조를 공개적으로 폄하하고 욕보인 김 사외이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SBS 노조가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자 김 이사는 SBS 노조 게시판을 통해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노조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진의가 과장됐다. 결론은 노조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 협력해 가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SBS 노조가 성명에서 “최고 경영진의 생각과 비슷한 점이 많아 김 사외이사에 대한 ‘활용론’을 포기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사외이사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여전한 것 같다”며 “5개월이 지나도록 나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이나 해봤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송영재 SBS 노조위원장은 “‘위로부터의 개혁 이외에 SBS 개혁의 길은 없다’고 단정한 부분의 진위는 무엇인지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SBS 내의 역학구도를 파악하지 못했나? 개혁을 위한 길은 아직도 멀었다”고 반박했다.
김 사외이사와 송 위원장은 이후 몇차례 게시판을 통해 공개 반박과 해명을 교환했으며 지난 14일 김 사외이사가 사과의 뜻을 담은 메일을 조합원들에게 보내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김 사외이사는 이와 관련 “노조와 내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서운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이번 일을 계기로 SBS 개혁이라는 동일한 목표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SBS 노조도 “김 이사 본인이 조합원 개개인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한 만큼 더 이상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