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시작될 대통령 라디오 주례방송의 내용과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KBS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KBS와 MBC의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KBS는 1라디오 개편과 함께 대통령 정례방송을 제안·추진하면서 연설 뿐만 아니라 대담과 토론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하고 방송 내용도 제작진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애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협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기본 포맷을 연설로 하고, 녹화된 연설 내용을 다른 방송사에도 똑같이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KBS의 불만을 사고 있다.
KBS 라디오제작센터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내용들이 처음 우리가 제안했던 내용과 너무 달라 방송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견을 전제로) 대통령 연설 내용을 봐서 그때그때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KBS와 사전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방송 요일이나 포맷 등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KBS가 제안했던 단독 방송과 달리 모든 방송사에 풀하는 방식을 결정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청와대가 방송사에 연설 내용을 녹화해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MBC는 KBS와 마찬가지로 방송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나 SBS는 연설을 중계한다는 방침이다.
MBC 라디오본부 한 관계자는 “주례방송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처음 제안했던 KBS를 방해할 의사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본다. KBS가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오는 18일부터 대통령 주례방송 뿐만 아니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기회균등 차원에서 방송 기회를 줄 계획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7시30분에 대통령 주례연설을 방송하고 나서 곧바로 같은 시간 동안 최병렬 대표의 연설을 방송한다는 것이다. SBS는 또 대통령 주례방송 녹음과 관련 처음 몇회분에 대해서는 오디오파일로 전송하는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SBS 라디오본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각 방송사별로 방송 여부를 판단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뉴스의 중심인 상황에서 우리도 하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