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환경부 출입기자들은 한명숙 장관과의 회식 후 2차로 소위 ‘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천에서 여자들 부르면 모내기하던 아줌마 오더라”는 농담과 함께 “여자 좀 불러달라”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공보실 직원은 한 여기자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접대여성 5∼6명을 불렀다. 이 여기자는 공보실 직원과 남자 기자들에게 수 차례 ‘여자’를 부르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한다. 부둥켜않고 춤추는 질펀한 술자리가 이어지자 이 여기자는 사진을 찍으면서 접대여성들이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이들과 춤을 추고 있던 한 남자 기자는 여기자가 찍고 있던 카메라를 던지고 폭행을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날 술자리에는 장관을 제외한 환경부 차관과 국장급 간부 및 기자들 20여명이 남아있었고 여성은 이 여기자 한 명뿐이었다.
이 사건은 폭행을 가한 남자기자가 여기자의 신문사로 찾아와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쓰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성중심의 회식문화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여기자는 “폭행을 가한 기자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 모두 공범이었다”며 “너무나 익숙해진 잘못된 회식문화, 국민의 세금으로 노는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출입기자들은 지난 28일 총회를 열고,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과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접대여성은 부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초 예상보다는 미흡한 수준이었지만 접대문화, 공무원과 기자와의 관계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은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이같은 회식문화에 대해 여기자들 대부분은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취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사회부 정치부를 거치면서 그런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다”면서도 “동료기자나 취재원들이 접대여성들한테 지분거리는 것을 보면 불쾌하고 술자리가 끝나도 그런 기분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경찰기자 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단란주점 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기자가적응하기 힘든 것은 남성 중심의 문화”라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술자리는 ‘성희롱’ 또는 ‘성추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9년에는 회식 중 서울 동부지청 검사가 대한매일 여기자를 성추행 해 물의를 빚었고, 지난 2001년 9월 월간 ‘신문과 방송’의 조사에서는 여기자 56%가 “최근 1년간 상사나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회식문화를 바꿉시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던 여성민우회 차민자 상담부장은 “남성 중심적인 직장문화의 대표적인 것이 회식문화”라며 “2차, 3차의 회식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단란주점 등은 여성을 대상화할 뿐 아니라 참여자체를 매우 힘들게 한다. 성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회식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