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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정치사절

기자칼럼  2003.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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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대한매일 인터넷팀장



동아일보 오보 파문에도 정작 언론계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일지 않는다. 이 기회에 오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언론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패러다임의 종식이다.

정치부와 정치면의 비중이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낮은 정치수준을 반증하는 동시에 우리 언론의 정치집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이 정치과잉을 선도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지 않도록 대안과 조정자의 역할이 두드러져야 할 터인데도,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주범인양 비쳐지고 있어 참담하다. 특히 최근 이해당사자에게 확인조차 않고 쓰는 정치보도가 양산되고 있다. 필요 없는 말까지 일부러 옮기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선정주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언론·정치영역간 분쟁도 늘어난다.

한데 일부 언론이 주도하는 권력과의 긴장 관계는 향수병이 도진 것은 아닐까 싶다. 과거 언론이 권력자의 등에 업혀 행세한 맛을 잊지 못한 나머지 아예 완장을 차고 정당 행세를 하면서 권력을 좇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이 숫제 제3당이란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또 특정 언론에 비판자세를 취해온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보수언론의 정치노선은 첨예한 정치를 더욱 날카롭게 몰아가는 양상이다. 사생결단의 정치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언론마저 똑같은 자세로 정치를 괴롭히는 것이다.

촘스키는 “단 1%의 지식인과 언론인이 진실을 알더라도 곧이곧대로 쓰는 대신 진실의 조각을 기사 속에 은밀히 끼워 넣는데 만족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실과 사명을 외면하더라도 한 조각 시늉이면 알량한 자기만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언론이 자기만족에 복무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누구를 위해 진실을 말하고 쓰고 있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밀어 부쳐서도 안 된다. 지식대중이 몰려오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삶의 영역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유권자인 독자들이 정치를 바꾸는 시대이다.

이제 정치보도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갈등을 폭발시키는 데서 희망을 찾는 정치보도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신문사절’에 더해서 ‘정치사절’이 대문마다 나붙을지 모를 판이다. 그것이 최후 목표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