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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재계출신 사장 기대 반 우려 반

'경영난 해소'-'공적기능 훼손' 찬반양론

취재팀  2003.07.30 1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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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매일에 이어 경향신문이 재계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함에 따라 문화일보를 포함, 사원주주 형태의 독립언론사 사장이 모두 재계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이는 경영난과 생존이라는 최우선 과제 앞에 내부 구성원들이 이를 해결할 적임자로 언론인 출신보다는 재계 출신 인사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영난을 해소하고 주먹구구식 언론사 경영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지면에 재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지난 15일 경향신문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삼성증권 고문, 삼성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등을 지낸 조용상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 계열인 금강기획 사장 출신의 채수삼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대한매일에 이어 공모제 형식으로 사장을 선출한 사원주주 회사의 사장에 모두 재계 출신 인사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장 출신인 문화일보 김정국 사장까지 포함할 경우 3개 독립언론의 사장이 모두 삼성과 현대라는 대기업 출신 인사인 셈이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이것이 지금 언론의 현주소”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야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대한매일 한 기자도 “생존 문제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의 선임은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재계 출신 사장에 거는 내부 구성원들의 1차적인 기대가 ‘경영정상화’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또 주먹구구식인 신문사 경영의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대한매일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신문사 경영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이라며 “사원들은 전문경영인이 와서 기업인의 입장에서 회사를 들여다보고 처방을 찾고 공격적인 경영과 영업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언론인 출신 사장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특히 기자출신의 경우 경영능력은 없으면서 편집에만 간여하려 한다는 불신이 깔려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대한매일 유승삼 전 사장의 경우 지난 3월 중간평가에서 불신임이 과반수를 넘으면서 내부의 퇴진 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언론계 일부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는 “전문경영인이 늘어나는 것은 신문사 사장이 이제 폼잡는 자리가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취임한 지 2년이 넘은 문화일보 김정국 사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노조위원장 출신의 한 기자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A- 또는 B+ 정도는 줄 수 있다”며 “언론인 출신에 비해 편집권에 대한 간섭이나 인사에 있어서 학연 지연이 개입하는 경우가 적다. 또 회계정리도 대충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이던 언론사 회계가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 출신 사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언론계 한 인사는 “신문경영과 기업경영은 다르다”며 “신문사 경영은 언론에 대한 식견 없이 광고만 많이 하고 구조조정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신문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가장 중요한 데 어떻게 하면 이윤을 많이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언론의 공적기능이 무시되고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매일의 한 기자 역시 “우려가 되는 문제는 광고(자본)로부터의 독립”이라며 “전문경영인은 공정보도보다는 경영 측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언론의 공익성보다는 경영 논리를 내세울 개연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그만큼 독립언론으로서의 위상을 훼손하지 않도록 내부의 감시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이들 언론사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언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미영·박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