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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심사위 구성, 모두 4차례 심사

'자사작 미채점' 방식 환원키로

김영호 심사위원  2003.07.30 14: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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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미디어포럼 회장,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간담회



기자협회가 1990년부터 시상해 온 ‘이달의 기자상’은 지난 13년 동안 질적-양적으로 괄목하게 성장해 왔다. 100회까지는 월 평균 12건이 출품되어 평균 4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지난 2∼3년 사이에 출품작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 평균 40건을 상회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서 심사기준-방법의 보완점-개선점을 논의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지난 18일 심사위원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회원을 수상대상으로 삼는 ‘이달의 기자상’은 다른 시상제와 달리 구조적으로 불만이 제기될 소지가 많다. 회원들이 협회에 일정한 발언권을 갖는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실제 수상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협회에서 탈퇴한 사례가 있었다. 또 경쟁사와 미묘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도 수상작에 대해 외부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심사위원 간담회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심사량이 폭주함에 따라 면밀한 검토가 어려워지고 있다. 졸속심사를 피하기 위해 1차 심사위를 구성하여 여기서 통과한 작품을 본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이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1차 심사위원을 맡도록 했다. 1차 심사위는 7명 정도로 구성하여 특정인이 수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채점방법은 본심사위의 방식대로 평균평점 8.0점 이상을 2차 심사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전체 출품작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본심사위에서 심사의 정밀도를 높이도록 했다. 단 전체 출품작이 25편을 넘지 않는 달에는 1차 심사위를 운영하지 않는다. 결국 1, 2차 심사를 통해 서류심사 토론심사를 거침으로써 수상작은 4차의 심사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심사위의 중립성을 고려하여 종전대로 ‘자사작 미채점’ 방식을 환원하기로 했다. 자사출신 위원이 없는 언론사가 적지 않아 자사채점은 공정성을 해친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종전과 같이 위원의 양식과 판단을 존중하여 최고점-최하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보-지식이 풍부하여 최고점-최저점을 줬는데 이것을 배제하면 작품선정에 제도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저하게 높거나 낮은 점수에 대해서는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소명 또는 설명을 듣도록 했다.

심사위원을교체할 때는 전체 위원 중에서 1/3 가량은 유임시켜 시상제의 제정취지를 유지해 나가도록 했다. 법률적 다툼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현행대로 언론전문 법률가를 위원으로 계속 위촉하기로 했다. 또 수상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단순히 취재팀에 소속했거나 후속취재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적으로 출품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한 작품을 10여명의 명의로 출품하기도 한다. 취재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진실성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심사과정에서 가려내기로 했다.

‘이달의 기자상’은 단순한 속보나 취재노력이 없는 제보에 의한 특종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쟁의식이 강한 일선기자 사이에는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이달의 기자상’은 독자성, 치열성, 심층성,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과 함께 사회적 의미, 시의적절성, 문장력, 기사구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미결사건이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정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수상을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심사원칙을 알지 못해 더러 탈락자의 항의나 경쟁사의 이의가 제기되기도 한다.

1980년 9월 28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지미의 세계’는 퓰리처 상을 수상했으나 나중에 날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편집국장 벤 브레들리가 취재기자 재닛 쿡을 설득해 상을 반납했다. 20년이 지났지만 10세 이하의 마약중독자가 사회문제화됐다는 소식을 아직도 듣지 못한다. 그런 작품이 어떻게 수상작으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퓰리처 상은 갖은 영욕을 함께 하며 오늘날 영예스런 언론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의 기자상’이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가장 귄위 있는 언론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난달 수상작과 관련 기자협회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상기 기자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성장통(成長痛)이란 표현을 썼다. 그의 말처럼 ‘이달의 기자상’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기쁨만큼이나 아픔도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회원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어야 기자상의 권위와 성가를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것은 한국언론 발달을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