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보도프로그램이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방송 3사의 총 보도량 3192건 가운데 사회 소수자 관련 꼭지는 13건으로 0.4%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장애인 관련 보도(단신 제외)는 KBS 3건, MBC 3건, SBS 2건으로 총 8건(0.25%)이었고, 성적소수자와 외국인노동자 관련 보도는 KBS와 SBS가 1건씩 보도해 각각 0.06%에 그쳤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조차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특히 MBC의 경우 외국인노동자 관련보도는 단신으로 1차례 다뤄졌고 성적소수자에 대한 보도는 단신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또 방송 3사의 사회적 소수자 관련 보도가 대부분 사건·사고와 행사, 특이 사례 소개 등 단편적인 내용에 그쳐 현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거나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드는 역할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관련 보도의 경우 ‘휠체어 댄스’(KBS) ‘우리도 잘해요’(MBC) ‘나도 할 수 있어요’(SBS) 등 행사소개와 미담을 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고, 유일하게 SBS의 ‘시설은 있지만…’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다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민언련은 “방송 3사 모두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번 모니터를 계기로 방송보도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MBC 내부에서도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보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 노조 민실위는 “지난 3월부터 7월초까지 장애인 관련 리포트는 모두 10건이었지만 절반 가량이 행사나 시위 기사였다”며 “노인은 환자나 범죄의 피해자로 부각됐고 외국인노동자나 소년소녀 가장의 경우는 사실상 완전히 무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 민실위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보도국 국장단에게 제시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7일부터소외계층 연속기획 ‘함께 사는 세상’을 시작했다. 도시빈민 시리즈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장애인, 탈북자 등 소외된 약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노조 민실위는 “지난해 호평을 얻었던 외국인노동자 시리즈는 한달간의 취재기간이 주어지는 등 취재기자에 대한 간부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소외계층 시리즈도 ‘시늉’이 아닌 함량을 갖춘 보도가 되려면 기획, 취재, 제작 시간이 충분히 제공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