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미군부대에 들어가 장갑차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인 한총련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언론의 마녀사냥이 다시 시작됐다”는 비판이다.
최근의 언론보도는 시위방식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정부의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주장을 펴는 등 정부와 한총련에 맹공을 퍼부으며 한미동맹만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2일 “데모천국…구멍투성이 집시법 현실화”라는 기사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평화 위장한 폭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 11일 사설에서는 한총련의 시위를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으려는 도시게릴라형 공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사설 “한총련 배후의 30대 무직자들”에서는 임종석 민주당 의원이 “89·90학번이 한총련 활동에 개입해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사회에 진출해 맹활약하고 있어야 할 나이에 캠퍼스 주변을 맴돌면서 어린 대학생들을 끌어들이고 미군부대 같은 시위현장으로 내몰았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의 발언은 조선 외에도 “‘89. 90학번들이 낡은 이념으로 배후 조종’” 등의 제목으로 중앙 동아 한국 등의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임 의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 조선을 비롯 일부 언론들이 관련발언을 잘못 인용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임 의원은 “보도된 ‘89·90학번 배후조종’은 표현이 왜곡된 것이고 ‘배후조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당시 ‘한총련은 지금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면 국민여론에 맞게 변화하려는 한총련 내부의 움직임이 자리잡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며 “원인이 어디에 있든 잘못된 보도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수 있는 대학생들과 한총련 관련 수배자, 구속자 그리고 그 부모님들께 사실 해명과 함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과장·왜곡보도의 유형도 보이고 있다. 조선이 사설에서 밝힌 “한총련은 졸업생들로 구성된 ‘조국통일위원회’같은 비밀조직들이 좌지우지하며, 이들은 팩스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지침을 전달받는다는 주장이 있다”에 대해 한총련 간부는 “조국통일위원회는 매년 위원장이 바뀌는 내부조직에 불과하며 비밀조직도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한총련의 투쟁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한편 일종의 메카시즘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향은 지난 12일 기사에서 ‘정치권 한총련 강공 논란’, ‘한총련 때리기 메카시즘 그림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강경기류로 흐르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맨몸시위에 대해 정부와 보수세력이 과도한 탄압을 하고 있다”는 한총련의 입장을 다뤘다. 한겨레 박우정 논설위원도 12일 “대부분의 언론이 사격장 점거시위가 벌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과격성과 이적성만을 부각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를 다룬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한 일간지 사회부 기자는 “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한총련이 이처럼 언론의 환대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역설하며 “그러나 원인이나 문제점을 짚는 대신 한총련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도 12일 논평을 내고 “‘왜?’라고 질문하는 보도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한총련의 폭력성만을 부각하며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정작 한총련이 주장하고자 했던 미국 스트라이커 부대의 군사훈련과 이것이 몰고 올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