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대상황과 수색근거 등은 SBS사태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89년 한겨레의 경우 압수수색은 물론 기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했으며 이와 관련, 편집위원장이 사퇴하는 파동을 겪었다.
89년에 몰아닥친 공안바람은 창간한지 얼마되지 않은 한겨레에도 불똥이 튀었다. 북한방문 취재계획과 관련, 이미 4월에 리영희 논설고문을 구속하고 임재경 부사장을 불구속기소해 언론계 안팎의 반발을 일으켰던 공안당국은 이어 7월에 전대미문의 언론사 압수수색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안기부는 서경원 전 의원의 방북과 관련 6월말 서 의원을 구속한 뒤 7월 2일 강남성모병원에 입원중인 사회부 윤재걸 기자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서 의원의 방북사실을 윤 기자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고지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지금으로써는 격세지감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의 적용은 비일비재하던 시절이었다. 윤 기자 자택과 병실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를 벌여오던 안기부는 급기야 10일 서울형사지법으로부터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12일 이를 집행했다. 안기부는 12일 오전 7시 70여명의 수사요원과 백골단을 포함한 800여명의 경찰병력을 동원, 한겨레의 편집국 철문을 부수고 난입해 윤 기자의 사물함에서 서 의원의 방북과 관련한 사진 21장 등 취재자료를 수거해갔다. 안기부는 이를 저지하던 기자 12명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직후 장윤환 편집위원장과 이종욱 편집부위원장은 안기부의 편집국 난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사와 언론노련은 전국 52개 언론사 대표들로 ‘수색저지대’를 결성하는 한편 압수수색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결국 안기부의 난입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안기부의 수색은 언론계의 공분을 샀다. 기자협회, 언론노련 등 언론단체들은 항의서를 통해 “한겨레 난입은 언론의 심장부 편집국을 유린함으로써 언론자유를 부정한 대국민 도전행위”라고 비난했으며 제 사회단체의 항의와 성명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