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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언론소송 어떻게 봐야하나

'언론자유 위축'-'자업자득' 찬반양론

전관석 기자  2003.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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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의 계기 삼아 정부-언론 관계 정상화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2일 4개 중앙일간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언론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과 언론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소송은 지난 5월 29일 있었던 노건평씨 부동산 의혹 등과 관련한 해명기자회견이 끝난 뒤부터 준비되기 시작했다. 의혹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혔는데도 언론보도는 그대로였다는 게 당시 노 대통령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이튿날 보도를 보고 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법적 대응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소송담당 법무법인 덕수는 두달여에 걸친 검토기간을 가진 끝에 지난 12일 노 대통령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취재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지난 13일 취소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웬만하면 (소송 제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그러나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구적 판단에서 소송 제기를 결정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현재 소송을 검토중인 또다른 언론보도는 없다고 밝혔다. 소송은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노 대통령 퇴임 후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청와대는 이같은 상황을 암시했다. 지난 11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비방의도가 명확한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중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 브리핑은 “이같은 조치는 최근 청와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비서실을 겨냥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보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8일 문화일보 ‘청와대 선물 베게 특별제작’ 보도와 관련, 문재인 민정수석 명의로 취재기자 2명을 서울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을 비롯해 동아, 조선, 중앙, 월간중앙 등 모두 5건의 언론보도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장에서 변호인단은 진영 부동산, 장수천 채권보유, 이기명씨 소유 용인 임야 등에 대한 해당 언론사의 보도를 일일이 반박하고 있다. 또한 “이렇다 할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고 피고 김문수의 신빙성 없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고”, “최소한의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추측성 기사로의혹을 제기해 원고(노무현 대통령)를 공격하고 독자들의 객관적 판단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청구액은 언론사 각 5억원씩이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노 대통령의 소송 사실이 전해지자 찬반양론이 전개되고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 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6.2%가 ‘개인의 명예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적극 대응하는 건 당연하다’며 찬성입장을, 47.6%는 ‘대통령의 권위를 이용한 야당과 언론탄압으로 부당하다’며 반대입장을 밝혀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언론계 역시 언론자유 위축 주장에서부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소송을 불렀다는 질책까지 다양하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정연구 교수는 “언론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피해가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한 반면 한국외대 정진석 교수는 “대통령 입장에서의 이번 명예훼손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문편집인협회는 “대통령이 직접 소송을 냈다는 것은 앞으로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이 약화되고 국민의 알 권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단체들은 이번 소송이 언론자성과 정상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인권센터는 성명에서 “사법부가 시시비비를 철저히 가려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하리라고 기대한다”면서 “이번 재판을 통해 권언유착이 확실히 단절되고 정부와 언론이 상호 비판과 견제라는 정상적인 관계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언련도 ‘먼저 잘못된 보도행태부터 되돌아 보라’는 성명을 발표해 “노 대통령의 언론소송을 단선적으로 언론탄압이나 규제로 몰아붙이는데는 무리가 있다”면서 “초유의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거나 언론탄압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김문수 의원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태부터 점검하길 바란다”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한 법인 소속 변호사는 “자연인 노무현의 기본권과 명예,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 직분의 범위 그리고 언론자유가 충돌하고 있는 부분을 재판부가 어느 선에서 조율해야 하는지가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라면서 “사실관계 증명이 쉽지 않은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언론사들은 소장이 도착하는대로 대응방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며 청와대의 ‘원칙적인’ 입장 역시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언론과 정부의 가파른 대립과 그에 따른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