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황찬현 부장판사)에서는 두 재판이 잇따라 열렸다.
재판부는 우선 97년 대선 당시 국세청을 동원, 이회창 당시 후보를 위한 대선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세풍’사건을 주도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상목 전 의원 역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국가기관을 이용해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전대미문의 ‘세풍’사건은 지난 98년 수사가 시작된 뒤 이 전 차장의 미국 도피 및 증인들의 불출석 등으로 5년이나 지난 이날에야 선고가 내려졌다. ‘세풍’사건은 언론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꾸준히 제기돼왔던 언론인 연루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와 언론의 추악한 커넥션은 결국 이 전 차장에게 관련혐의가 추가돼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것도 97년 당시 모 신문사 선거팀장을 맡았던 기자가 이 전 차장으로부터 15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다. 후배기자들을 이끌고 최일선에서 선거보도를 지휘했던 기자가 국고를 주물러 대선 자금으로 끌어다 쓴 희대의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이날 오후 2시. 같은 재판부는 굿모닝시티 윤창렬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윤씨는 공판에서 340여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등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씨가 사법망에 포착되기 전까지 언론은 윤씨를 ‘목수신화’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로, 파산직전의 한양을 인수해 2년 안에 정상화시켜 ‘대박신화를 이을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로 칭송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리로 내몰린 굿모닝시티 분양피해자들은 아직도 당시 언론보도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시키고 있다.
지난 18일 공교롭게도 같은 재판정에서 열린 두 재판은 수갑을 차고 있는 피고인들 외에 언론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에도 유죄를 선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