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거둘 때만 요란하게 할 것이 아니라 돈을 쓸 때도 어디에 썼는지,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 조목조목 알려야 한다.”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쓰였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시민들은 알고 싶다.”
조선일보(2003. 3)와 문화일보(2002. 10)에 각각 실린 성금 보도에 대한 독자투고 내용이다. 실제로 성금 모금에 대한 언론의 후속보도는 미흡한 편이다. 지난 2월 18일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직후 신문, 방송은 40여일간 유가족돕기 성금모금을 진행했다. 신문은 연일 많게는 한면 가까이 할애해 성금 기탁자를 소개하고, 방송도 뉴스 끝머리에 성금 기탁자 명단을 보도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성금을 일괄적으로 전해받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5월 20일 대구시에 658억원을 전달했고, 이달 초순부터 대구시가 사망자 유가족 110여명에게 2억2100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에 대해 언론은 무관심했다. 대구시에 전달한 내용은 중앙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SBS 등이 단신보도하고, 유가족 위로금 지급은 문화일보, 연합뉴스 등이 다룬 정도다.
지난해 9월말 사상 최대 규모인 수재의연금 1250억원 모금 당시 상황도 비슷하다. 모금 기간동안 성금 기탁자 명단과 연예인, 특정 대기업 성금 등에 대한 화제성 기사는 비중있게 실렸지만 이후 사용 내역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태도는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데다가 성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에 대한 감시 기능을 소홀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강원도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해 수재의연금 지급 당시 대상, 절차 등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며 “언론은 성금모금뿐만 아니라 성금이 피해자에게 제대로 지급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내에서는 다소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성금모금에 대한 후속 보도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독자들이 낸 성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지면을 통해 알려주는 게 독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문사 사회부장은 “불우이웃돕기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성금 모금의 경우 사용처를 보도할 필요가 있지만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단일 사건의 성금 사용에 대해 상세히 알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기획홍보과 관계자는 “성금 사용내역에 대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통해 알리고 있는데 언론의 관심이 미미하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