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우리의 주장] 이제는 '기자와의 전쟁'인가

우리의 주장  2003.08.27 14:15:55

기사프린트

이제는 ‘기자와의 전쟁’을 벌이려 하는가.

국정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국가정책에 대한 가감없는 여론 수렴을 주 기능으로 하는 국정홍보처 차장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 기고를 통해 한국 기자들에게 향응 돈봉투 취재원과의 야합 등의 이미지 덧칠을 했다. 우리들을 마치 파렴치범으로 매도했다. 일간지 기자출신인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은 여기에서 한국 언론들이 취재과정 중 1차적 사실 확인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상초유의 언론사 상대 수십억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 노무현 정권은 지금 크나큰 악수(惡手)를 두었다. 지금이 한국 정부의 공식 대변조직이 해외언론에다가 ‘한국언론에 맞서기’란 주장으로 연쇄 자충수만 두고 있을 때인가. 이런 좌충우돌 행위가 과연 국정홍보의 논리이며 본연 활동인지 아연하다.

한국의 저널리스트치고 지고지선의 저널리즘을 현재 수행하고 있다고 자임하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경제적 토대가 구조적으로 요동을 치는 환경에서 기자는 늘 부족함 속에서 고뇌하며 발로 뛰고 있다. 한국의 기자들도 지난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에서 흔쾌히 자유롭다고 결코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공론의 장, 표현의 자유시장에서 ‘애완견’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감시견’으로서의 사명을 명심하며 지금 이시간도 최선의 취재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출범 6개월을 맞이한 참여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정권 담당자들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복합적이며 난해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지난 두 계절 동안 노무현정부의 획기적인 리더십을 보지 못했다. 집단적 이해관계가 출렁거리고 충돌하는 현장에서 공공적 이니셔티브를 목격한 바 없다. 이 모든 현상이 언론이 반대한 탓인가. 고작 전쟁을 벌일 대상이 없어 ‘언론과의 전쟁’인가.

노정권은 대중적 인기에 희비가 교차하여 고정 팬 관리에만 전념해야하는 연예프로덕션이 아니다. 소소한 이미지 관리에 국정의 주요 기능이 매달려서는 안 된다. 국정의 경중완급 우선 순위와 그 취사선택을 심사숙고할 때다. 엄중한 국가적 리더십으로 국가전략의 그물을 짜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화답할 시기인 것이다. 동북아의 최고 허브로서 한반도의 꿈을 펼치려할 때 지금이 언론사들에 소송사태를 제기하고 기자들 최후의 자존심을 짓밟을 때인가.

우리언론은 참여정부의 성공을 참으로 희망한다. 우리 기자들은 큰 것에 대처하지 못하고 작은 것에 좌고우면하는 무력한 실패를 누구보다 두렵게 여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이란 외로운 깃발을 거두기 바란다. 대신 국민전체의 두 눈을 시원하게 씻어줄 거대한 비전과 계획을 보여 달라. 강호에 숨은 이 시대 ‘제갈량’들이 왜 나서지 않고 치지도외하고 있는지 그 사유를 검토하기 바란다. 코드검증을 먼저 내밀지 말고 초야에 또는 관변에 묻혀있는 인재들이 갈고 닦은 실천적 대안론들을 시급히 발굴하여 활용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번 외국언론 기고로 야기된 부적절한 ‘정순균 파문’이 당사자의 적절한 처신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 정 차장이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시간을 방패삼아 유야무야한다면 상처 입은 전체 기자들의 자존심은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