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으로 집중된 다양한 권한을 지방으로 가져오기 위해 지역마다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현상은 그 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앙 집중화가 가져온 고질적 병폐들을 치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지방 분권을 위한 과제와 실천 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그 논의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문화’다. 가뜩이나 척박한 토양을 딛고 선 지역 문화인들의 위기의식과 불안한 마음이 한층 더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춘천에는 지역문화의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 지역문화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달 초 열린 ‘제2회 춘천무용축제’를 두고 명칭 사용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 등지 무용인들이 `춘천’이라는 공간만 빌려 행사를 여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역 무용인들이 `춘천무용축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의 인형극제인 춘천인형극제는 장장 열흘간 춘천을 `인형의 도시’로 달궜으나 지역의 일부 인형극단은 서울 사람들이 주도하는 축제라며 공연에 참가하지 않았다.
강원도내 곳곳에는 국내 각 장르의 최고 예술가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그윽한 문화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씨는 원주에 토지문화관을 세웠고 한국마임 1세대 유진규씨는 지난 89년 춘천에 마임의 첫 돌을 놓은 후 15년 동안 춘천마임축제를 이끌며 세계적 축제로 키워나가고 있다. 고서수집가 박대헌씨는 영월 서면 광전리 폐교를 책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켜 매년 봄 ‘영월책축제’를 열고 있다.
그 뿐인가. 강원도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다시 한번 기약하기 위해 내년 여름 미국에서 활동중인 세종솔리스트 실내악단 등이 참여하는 대관령 뮤직페스티벌을 개최, 세계적 음악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문화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별 특수성에 근거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력 양성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만 지역문화’라는 편협된 시각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외부인’이라는 문화예술인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강원예술인 스스로 척박한 토양을 옥토로 바꿔가면서 부족한 에너지는 건강한 양분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