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국신문방송 연감에 따르면 전체 언론종사자 4만513명 가운데 정규직은 88.6%, 계약직은 11.4%이다. 특히 중앙일간지 11개사의 비정규직은 21.8%에 달한다. 한 신문사 간부는 “단일호봉제라는 현행 급여체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 채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측은 “비정규직은 고용불안과 저임에 기반한 노동착취이며, 동일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간 주요 협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5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회사측에 제시했다. 사장 교체로 중단됐던 노사협의회가 최근 재개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이번 주중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임단협안을 최종 타결한 매일신문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조항을 개정안에 반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기본급, 상여금 인상률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정규직 채용시 해당 분야의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토록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한국일보는 올 임금협상에서 최근 몇년 새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의 호봉조정이 노사간 쟁점사항이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지난 2001년 개정된 단협을 통해 일부 해결됐지만 저임 구조는 여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노조가 해당자들의 ‘특별승급’을 요청했다. 실제 노조 분석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의 경우 신분불안에선 벗어났지만 급여를 기준으로 호봉을 인정받다보니 동일노동을 하는 기존 정규직에 비해 많게는 50%의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 노사 협상 결과 계약직 사원의 재직기간에 따라 1∼2호봉의 특별승급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여타 조항에 대해 노사간 의견차가 있어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지난 2001년 단협을 개정해 2002년 1월부터 내년 1월까지 반기별로 10∼6년차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사원을 순차적으로 정규직화 하도록 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132명이 정규직으로 재임용됐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단협안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조항을 신설했다. “△회사와 조합은 비정규직 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며 △회사는 동일 업무의 정사원 채용시 3년 이상 근무한비정규직 사원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난 3월에는 노사 합의로 3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40여명 중 심사를 거쳐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대폭 개선한 언론사는 한겨레신문사다. 2001년 3월 118명이던 비정규직 사원이 현재 18명으로 줄었다. 한겨레는 지난해 말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사원 중 퇴직금 출자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채용은 한겨레 논조와도 배치되고, 신분불안으로 인해 이직이 잦을 경우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채용 제한 및 차별 철폐’는 전국언론노조의 2003년 단체협약 5대 공동요구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성근 언론노조 조직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채용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생겼다”며 “현재 언론노조에서 실시중인 언론사 비정규노동자 실태조사와 방송산업 종사자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