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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vs 언론 '소송 해보나 마나?'

언론 1심 승소 단 한건…최근 2건 상급심서 뒤집혀 파장 귀추

박미영 기자  2003.09.03 1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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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이후 급증한 판검사들의 언론사 상대 소송에서 언론이 잇따라 패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심 재판의 경우 언론사가 승소한 경우는 단 한차례에 불과할 뿐 아니라 배상 액수도 판검사들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사법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제기된 판검사들의 언론사 상대 소송은 모두 11건. 기자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사건과 소 취하된 사건을 제외한 9건 중 현재까지 언론사가 승소한 사건은 모두 2건으로 22%에 불과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언론사가 패소한 사건 가운데 최근 2건이 잇따라 상급심에서 뒤집어지면서 다른 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7월 11일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 11명이 ‘검찰 무영장 계좌추적 확인’ 기사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1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에서 검사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린 것이 언론사가 1심에서 승소한 첫 번째 사례였다. 이에 앞서 서울지검 검사 10명이 ‘검찰 자기식구 싸고돌기’ 기사와 관련,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2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1심에서는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 기사가 검찰 직원에 관한 것으로서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공적인 사안에 관한 것이며, 이는 사적 영역에 대한 보도보다 그 자유가 넓게 보장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대전법조비리 보도와 관련 검사 22명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2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지난 2일 대법원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는 2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 된 것도 검사 대 언론 소송의 판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까지는 언론사가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의 이중기소를 비판한 MBC보도와 관련 성남지청 조 모 검사가 MBC와 이 모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2001년 7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6000만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으며 △검찰의 감청 의혹을 다룬 조선일보 사설과 관련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12명이 조선일보와논설위원을상대로 제기한 3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지난 2001년 4월 2심에서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져 각각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당시 주임검사였던 김 모 검사가 문화일보와 법조팀장을 상대로 제기한 6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은 지난 4월 1심에서 각 3000만원씩 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져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다.

이외에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과 △최 모 검사가 KBS의 ‘납득하지 못할 영장기각’ 보도와 관련 KBS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99년 6월 1심에서 3000만원과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후 양측의 합의로 종결됐다. 또 △군법무관 5명이 병무비리 수사와 관련 경향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도 지난 2001년 7월 1심에서 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후 종결됐다.

한편 △2001년 11월 부장급 검사 11명이 ‘호남주먹과 호남검사 검은 커넥션’ 기사와 관련 시사저널을 상대로 제기한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며 △2001년 10월 대검찰청 부장검사 20명이 ‘녹취록사건서 비춰본 검사들 줄대기’ 기사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은 소 제기 직후 취하됐다.

이처럼 판검사 대 언론간 소송에서 언론이 잇따라 패소하자 언론계 내에서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검사들뿐 아니라 판사 변호사 법학자 등 법조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언론사가 승소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 특히 배상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일반인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많다”며 “법조인에 대한 명예를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박형상 변호사도 “판결에 있어서 검사가 대표적인 공직 수행자라는 것에 대한 배려가 소홀한 것 같다”며 “일반인의 경우 판결금액이 3000만∼4000만원을 넘기 힘든데 1심 판결만 놓고 볼 때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개별 사안마다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부분은 취재기자가 무리하게 기사를 쓴 경우가 많다”며 기자들도 신중하게 확인취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