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이전, 외주계약 유지 여부 등을 둘러싸고 올초부터 팽팽히 맞서오던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가 내년 3월까지 인쇄·판매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점을 찾았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2일 “일간스포츠와 내년 3월까지 외주계약 유지, 양수도계약서 내 경쟁금지 조항 삭제, 독자명부 실사 등에 잠정 합의했고, 서명만을 앞둔 상태”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인쇄, 판매 등 외주가공계약을 기존대로 내년 3월말까지 유지하고 △미지급된 양수도대금 158억원 및 판매관리비, 외주가공비 등을 상계처리해 일간스포츠가 한국일보에 120억여원을 세 차례에 걸쳐 지급하고 △양수도계약서상 한국일보가 스포츠지를 창간할 수 없도록 한 경쟁금지 조항은 여타 조건이 이행되면 내년 4월 삭제 △독자명부는 제3기관에 실사를 의뢰해 처리하는 것 등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 중 쟁점이 됐던 ‘경쟁금지 조항 삭제’를 두고 한국일보 내에서는 스포츠지 창간설이 돌고 있다. 일간스포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에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한국일보는 일단 스포츠지 창간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또한 일간스포츠 상임고문 출신의 한 인사가 지난달부터 한국일보로 출근하고 있어 창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편집국 한 기자는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를 동시에 주는 세트판매 독자가 많아 지국을 유지하고, 미주한국일보에 스포츠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스포츠지가 필요해 정황상 창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경영전략실 관계자는 “필요성이 있더라도 스포츠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경쟁금지 조항을 삭제토록 한 것이지 창간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 “일간스포츠 상임고문은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았으며, 창간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몇 달째 진전이 없던 양측의 협상이 지난달 30일부터 극적으로 타결되기 시작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일보쪽에선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난달 22일 면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장 회장은 가족간의 일인데 중앙일보가 지분 참여를 하면서 끼어든 데 불쾌감을 표했고 이 회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할 것은 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 사장이 지난달 27일경 장재구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중앙일보가 내년 3월까지 일간스포츠 인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며 “이후 일간스포츠가 한국일보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 일간스포츠는 중앙일보와 인쇄 문제를 잠정 합의하고, 필름을 보낼 전용선을 설치해 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일간스포츠 관계자는 “장 회장과 이 회장의 만남과 협상이 진전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장재구 회장이 인쇄를 위한 전용선 설치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