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대전일보사가 신사옥 이전과 함께 창립 53주년을 기념하며 창간기념일을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대전일보사가 이처럼 느닷없이 창간기념일을 변경한 표면적인 이유는 1950년 ‘6·25전쟁’중 정식으로 창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민을 위해 ‘속보판’을 만드는 등 신문을 발행한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창간일 변경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지방사들이 열악한 광고시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름의 고육지책을 내놓은 결과라는 웃지못할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보통 신문사는 창간기념일을 전후해 많은 축하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도 ‘어느 한 곳에 광고를 주면 다른 곳에서 벌떼처럼 달라붙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창간기념일을 전후한 광고는 해당 신문사의 독점적 기회를 보장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창간일을 전후한 시기는 개별신문사의 입장에서 볼 때 연말연시에 버금가는 최대의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대전일보사의 과거 창간기념일인 11월 11일은 광고유치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날짜임이 분명하다. 창간기념일이 연말과 겹쳐 ‘두 번 먹을 수 있는 밥’을 한번 밖에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말은 자치단체 등 각 기관들의 예산이 대부분 소진되는 시기란 점도 광고유치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의 일부 인사들이 “광고시장의 메커니즘을 영업력 신장에 이용하기 위해 대전일보의 역사인 창간기념일을 변경한 것은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고 있는 배경은 이것이다. 나쁘게만 본다면 ‘전통있는 지역 언론사’를 자임하는 대전일보가 광고의 유혹 때문에 회사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변질시킨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긴 대전일보의 ‘제2의 창간기념일’ 결정에 대해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