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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전환

독립언론정신 훼손 비판도

박주선 기자  2003.09.03 11: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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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편집국장 직선제 도입 4년여만에 이를 폐지하고, 임명동의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은 지난달 27일 편집국장 직선제 존폐 여부에 대해 편집국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52.8%(102명)의 찬성으로 임명동의제를 가결했다. 투표에서는 ‘현행 직선제 소폭 보완’(선거운동 조항 등), ‘복수추천제’ ‘임명동의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으며 소폭보완, 복수추천제는 각각 64, 26표를 얻는데 그쳤다. 투표 참가율은 84.2%(193명)였다.

직선제 논의를 위해 구성된 편집국 특위는 이에 따라 지난 1일 임명동의제에 대한 시안을 마련했고, 이번 주중 편집국 공람 뒤 내주 초 노조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노사협의회에서 단협에 명시된 편집국장 직선제 조항을 개정하게 된다.

특위 시안에는 △임명 동의를 위해 편집국원 3분의 2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편집국장의 편집권 독립 훼손 사례가 발생할 경우 편집제작에 참여하는 3분의 1이상의 발의와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불신임을 결정하면 회사는 해임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 △회사가 편집국장 선임시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적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도 포함됐다.

한편 내부에서는 투표 결과의 원인을 직선제로 인한 편가르기 등 후유증, 경영위기에 따른 신임 사장의 리더십 강화 필요성 등에서 찾고 있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직선제 이후 구성원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지쳤고, 경영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장에게 힘을 실어 회사를 안정화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정서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독립언론을 표방했던 신문사가 스스로 편집권 독립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적지 않다. 한 기자는 “2차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로 임명동의제가 가결된 것에 놀랐다”며 “문제의 본질은 직선제 자체가 아니라 ‘운용’이었는데 사정이 어렵다고 직선제를 포기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온다는 식의 발상은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강기석 편집국장은 지난달 26일 회사 게시판을 통해 “여러분이 선택한 제도에 의해 후임자가 나올 때까지만 관리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국장직 사의를 표했다. 강 국장은 또 “분열의 씨앗은 우리 자신에게 있지 직선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편집국장 직선제는독립언론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상의 편집권 독립 방식”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