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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상 심사평] 한국일보 '양길승 파문'1차 본심 최고점 받아

영남일보 '대구, 10년 후를…'지역민 의욕고취 호평

김학순 위원  2003.09.03 1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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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경향신문 논설위원





7~8월은 1년 중 언론에 가장 큰 시련의 계절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맘 때면 광고와 판매를 비롯한 영업분야는 물론 기사 빈곤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몸살을 앓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주범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여름 휴가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뉴스 불황기라고 일컫는 `Silly Season’이라는 관용어까지 만들어 쓰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그런 여건을 감안하면 7월 한 달을 대상으로 하는 제155회 이달의 기자상은 출품작의 양적인 면에서는 평년작은 수확한 셈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달동안 10편 안팎의 수상작을 낸 것에 비하면 총 37편 중 5편의 수상 작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흉작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지방언론사들만 지난달에 이어 체면을 유지한 반면 중앙언론사들은 빈 수레나 다름없다.

이번 달부터 출품작이 25편을 넘을 경우 예심제도를 두는 새로운 심사방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7개 부문 37편 가운데 21편이 예심에서 탈락하고 16편이 본심에 올라왔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 술집 호텔서 향응받아 파문’이 유일하게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기사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낳았으며 앞으로도 언제까지 후속기사를 더 양산할지 속단하기 어려울 만큼 충격파를 던졌다. `오마이 충북’이라는 지역 인터넷 언론사가 단초를 제공했던 기사지만 우리나라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의 핵심참모가 연관된 사건을 용기있게 파헤친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몇몇 언론사가 이른바 몰래카메라 테이프로 제보를 받고도 묵혔던 사건을 활자화한 것은 기자에게 용기와 의지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이 기사는 37편의 출품작 가운데 1차 본심에서 최고점수를 받았음을 특기해 둔다. 한겨레의 `법에 어긋나도 해줄 수밖에, DJ 대북송금 묵인’은 특검 수사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노력이 돋보이는 데다 향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사법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초판 특종’에 그쳤다는 감점요인이 다수 심사위원의 최종결심을 망설이게 했던 것 같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부산 MBC의 `육군 인쇄창 부지 병풍아파트 의혹’이 당초 유력한 후보작이었던 연합뉴스의 `충남도 교육감 각서 파문’을 젖히고 선정됐다. 시의원과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의혹을파헤친 의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감 각서 파문’기사는 현지신문의 선행보도 논란이 애초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영남일보의 `대구, 10년 후를 준비하자’가 각종 사고로 얼룩지고 경제불황으로 의기소침한 대구시민과 행정당국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기사로 상찬(賞讚)하기에 충분하다는 품평이 있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은 삼척 MBC의 `창사 32주년 보도특집 백두대간의 선택 그 빛과 그늘’이 차지했다. 시멘트산업이 환경파괴에 끼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맞춘 수작이었다. 시멘트 원료채굴 후 복구작업을 제대로 하라는 촉구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전문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합뉴스의 `남북 오누이 작별 입맞춤’은 금강산 이산가족상봉 당시 인간 본능의 순간을 포착해 다수 신문이 1면 사진으로 주저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기자감각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밖에 세계일보의 `탈출구 없는 신빈곤층 연작 시리즈’는 추가 보완을 거쳐 지난달에 이어 재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을 발휘하였음에도 고배를 마셔 안타까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