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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

전북지역 언론사들 보도 논조 놓고 고민

박경철기자  2003.09.03 11: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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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핵폐기장 등 지역내 갈등구조 반영







‘새만금 간척사업’에 이어 ‘부안 핵폐기장 유치’ 문제가 또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언론사들이 보도 논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북지역 언론사들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한 보도 이후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국의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종교인이 포함된 환경단체들의 ‘삼보일배’ 고행 이후 환경보전 논리가 힘을 받으면서 지역 언론사들이 주장해오던 개발논리는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또 일부 중앙 언론의 경우 지역 민의를 대변해 온 지역 언론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전북지역 언론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처음에는 지지여론이 적지 않았던 ‘부안 핵폐기장 유치’ 사업도 군수를 비롯한 정책 입안자와 정부의 대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반대의견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부안 현지에서는 지역 언론들이 정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지역민들의 불신까지 겹쳐 언론의 취재활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핵 폐기장 유치 반대 시위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기자를 폭행한 사태가 발생, 한국기자협회와 전북기자협회가 유감 및 재발방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북지역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현재는 사안별로 지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취재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신문사의 논조를 당초 ‘개발론’으로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환경보전론’쪽으로 선회하기도 쉽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의 각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대화를 해봐도 특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확실한 논조를 세우고 보도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방송사도 마찬가지. 전주 모 방송사 취재부장은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미리 내리고 취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지 도민여론과 군민의 의견,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등을 적절한 비중으로 섞어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사 간부들과 달리 일선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위도 핵폐기장을 직접 취재하고 있는 모 방송국 기자는 “아무리 대형 국책사업이고 시간을 다투는 화급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별다른 여론수렴절차 없이 갑자기 개발논리를 펼치는 정부 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만약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회색논조로 일관하는 지역언론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박경철기자 p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