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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기자들 출처없는 베끼기에 '속탄다'

일간지, 생활·문화면 참고(?)기사 여전

전관석 기자  2003.09.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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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주간지 기자는 아이템을 구상하며 웹서핑을 하다 자신이 몇 주 전에 쓴 기사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한 검색사이트에 링크돼 있는 것을 봤다. 기사를 열어본 기자는 깜짝 놀랐다. 한 일간지 다른 기자의 이름으로 링크돼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과 부제를 바꿔달고 본문 내용만 다소 손질했을 뿐 자신의 기사를 ‘가져간’ 것이 확실했다. 이 기자는 “주간지 기사를 일간지나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참고’하는 사례는 많지만 이번 경우는 기사를 본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문장이 네티즌의 일부 의견으로 둔갑하고 일일이 만난 취재원들의 멘트가 전문가들의 의견 정도로 표시된 것을 봤을 땐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주간지 기자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했다. 이 기자 역시 “주간지 기자들이 공을 들여 쓴 기획기사 중 일부가 일간지 문화면이나 사회면에 버젓이 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의 방향을 잡은 뒤에는 눈에 잘 띄고 인상적인 리드나 표현을 고민하게 되는데 일간지들은 당연히 이런 문장을 가져간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금방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베끼기’ 관행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각 포털사이트에서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부분 일간지의 기사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이처럼 ‘도용’된 기사는 다른 기자의 이름으로 빠른 시간에 퍼지게 된다.

기사를 받아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도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 주간여성지는 최근 호주제 폐지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김미화씨를 인터뷰해 실었다. 그러나 일부 신문에서 이 기사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기사와 사진을 실어 마치 직접 김씨를 인터뷰한 것처럼 내보냈다. 이같은 관행은 주간지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서비스가 활발하지 않은 현실에서 일간지의 기사가 먼저 알려지는 상황을 부른다.

주간지나 전문지 기사의 도용은 일간지 지면의 팽창,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취재현실의 반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일에 쫓기고 인터넷 검색이 일반화되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베끼기 관행이 굳어졌다”면서 “취재하기에 앞서 검색 사이트를 뒤지면서 유용한 표현이나 자료를 모아두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이미 보도된 내용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리드 등 주요표현과 컨셉까지 그대로 갖다쓰고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 등은 기자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