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언론사에서도 ‘주5일 근무’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의 경우 인력 부족, 제작 시스템 등 휴무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5일 근무가 기자들에겐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1000명 이상 사업장으로 내년 7월부터 주5일제를 도입해야 하는 KBS, MBC 등 방송사와는 달리 신문사들은 아직까지 관망자세를 유지하며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준비해온 KBS는 지난달 25일 노사간에 주5일제 실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근로조건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MBC는 현재 진행중인 임금단체협상에서 본격적으로 주5일제 논의를 시작했다. 또 SBS는 주5일 근무제를 위한 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추석 후 첫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방송3사 모두 주5일제 도입을 위한 노사협상에 들어갔다. 방송3사 노조는 각각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하락 없는 주5일제 도입”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주5일 근무가 가능한 인력충원’ ‘편성의 대폭적인 변화’ 등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신문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광주타임스, 전남매일, 호남신문 등 일부 지방지가 이미 주5일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임금삭감 및 주5일 발행 등 비용절감 차원으로 도입된 것이어서 다른 신문사로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외에 대다수 신문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1000명 미만 사업장이어서 오는 2005년 이후에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는 만큼 아직 협상시한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노조위원장은 “타사보다 먼저 협상을 시작해서 득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신문사 관계자도 “아직 논의된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5일제에 대한 기자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연합노조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자들은 법안과는 달리 ‘내년 7월’에 주5일제를 조기 도입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7월부터 주요 출입처가 주5일제를 실시하는 만큼 필수 인력만 나오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합노조는 올해단협에서 주5일제 도입 시기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언론사의 경우 직종마다 근무여건이 다르고 주말 방송 및 신문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충원 등 제작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주5일제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주5일제 도입에 앞서 토요격주휴무제를 시행한 KBS는 “토요지정휴무일에도 조합원의 30%가 근무를 했고 보도국, 영상취재부 등 일부 부서는 25%가 대체휴무조차 갈 수 없었으며, 주5일 근무를 가정해 스튜디오와 편집실 몇 곳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 드라마 등 프로그램 제작 편집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주5일제 도입을 위해서는 인력 충원과 제작 설비 등 제반 여건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 언론사들이 팀을 나눠 교대로 주말판 신문 및 방송뉴스를 제작하고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 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신문을 주5일 발행하는 방안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지면을 줄이지 않으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사측에서 이를 수용할 지 회의적”이라며 “일만 늘어나고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인력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주5일제 시행보다는 휴일수당을 조정하는 선에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지난 3일 각 언론사 노조를 대상으로 주5일제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한 긴급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5일제 도입을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언론노조 안동운 조직국장은 “언론노동자들이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삶의 질이 개선되려면 인력충원 등 휴무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재정 상황이 열악한 신문사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며 “언론사는 거의 주5일제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