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독립언론 정신 스스로 포기하는가?"

경향 편집국장 직선제 폐지에 독자들 실망·우려 이어져

박주선 기자  2003.09.08 00:00:00

기사프린트

“오! 경향 그대여.”

지난달 27일 경향신문 기자들이 편집국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자 일부 독자들은 실망감과 우려를 터트렸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향신문 홈페이지 내 e옴부즈만 발언대의 ‘핫이슈’도 단연 직선제 폐지였다.

송동규씨는 “작지만 올바른 신문이라는 경향신문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경향 기자들이 편집권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사측에 순응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윤익한씨는 “경향신문이 편집국장 직선제를 포기했다고 해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란 단언은 하기 어렵다”면서도 “경향이 저지른 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을 대안언론으로 키우자는 취지의 모임인 ‘희망경향’의 회원이었던 유상오씨는 “경영이 어렵다고 독립신문의 사상과 정신을 놓아 버리는 편집국 기자들에게 동의하지 못한다”며 ‘희망경향’ 탈퇴를 선언했다. 홍재희씨는 “경향신문 임직원들의 긍정적인 역할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 있었으나 현 상황을 보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e옴부즈만의 회장인 공재경씨는 “경향의 내부 결정 사항인 편집국장 선출 제도의 변화에 이토록 민감한 것은 경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애정을 갖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옴부즈만 번개모임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열린 옴부즈만 모임에서는 직선제 폐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공재경 회장은 “직선제 폐지는 대안언론으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후퇴시킨 것”이라며 “내부 결정을 돌릴 수는 없더라도 조용상 사장과 편집권 독립을 방관한 기자들에게 외부의 비판을 알리는 성명서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